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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집안 모임이 끝난 지가 언젠데... 그래, 마음은 정했고? 어느 집안 아가씨가 마음에 들더냐?" 부태성이 경직된 얼굴로 물었다. 그의 손자는 서른두 살이었다. 만약 순리대로라면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있어야 했다. 평소처럼 무뚝뚝하게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부소경을 보며 부태승은 화가 치밀었다. 그렇다고 부소경이 두렵지 않은 건 아니었기에 당장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니 그저 노파심으로 거듭 타이를 수밖에 없었다. "우리 부 씨 가문에 어울릴 만한 집안도 얼마 없다. 서 씨 가문의 아가씨는 어떠하냐? 의찬이와 자주 어울리던 서시언의 스물두 살 여동생 말이다. 그리고 서울의 곽 씨 집안의 아이도 괜찮더구나. 그러나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아가씨는 다른 서 씨 집안의 아가씨였어." 부태성이 말을 늘어놓았지만 부소경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비록 침묵을 유지했지만 싫다는 내색 또한 보이지 않았기에 부태성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서 씨 집안 맏이 서경수 부인의 외손녀 말이다. 민정연이라고 했던가? 민 씨 집안은 비록 남성에서 한참 순위에 못 미치는 몰락한 가문이지만 민정연 그 아이는 어릴 때부터 서 씨 집안 어르신 곁에서 자랐으니, 비록 성은 민 씨지만 서 씨 집안의 손녀라고도 할 수 있지. 남자들만 그득한 서 씨 집안의 유일한 여자아이라고 하니 그 집안 어르신이 민정연을 애지중지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 네가 민정연과 결혼만 한다면, 남성과 서울에서 명망이 드높은 서 씨 집안 어르신께서 꼭 우리 F그룹에 도움을 줄..." "할아버님께서 말씀하신 아가씨들과 결혼하지 않겠습니다." 부소경이 그의 말을 잘랐다. "......" 잔뜩 말을 늘어놓았건만, 모두 헛된 짓이었다. "네 놈!" 성질이 잔뜩 난 부태성이 탁자를 치다가 아예 지팡이를 들어 바닥을 쿵쿵 찍기 시작했다. "아주 기고만장하구나! 가문을 손에 넣었다고 해서 내가 널 못 때릴 줄 아느냐? 내가 서 씨 집안의 아이를 선택한 게 누구 때문인데? 응? 비록 서 씨 집안의 사업 규모가 우리 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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