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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서 씨 집안 어르신은 어제 한바탕 굴욕을 당한 후로 정신력을 잃고 말았다. 침대에 누워 꼼짝 않고 있었다. “할아버지......” 임서아는 조심스럽게 불렀다. 서 씨 집안 어르신은 머리를 안쪽으로 기울였다. 임서아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엄마가 저를 낳으실 때 엄청 야위였대요, 집이 가난하여 동냥하러 다니던 중 갓 대학교를 졸업한 아빠를 만나 직장도 없고 집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상황에 엄마 아빠가 결혼했고 저를 낳으셨대요, 하지만 장기간 영양실조로 출산하던 중에 대출혈로 세상을 떠나셨어요, 그 당시 의사의 말에 의하면 엄마가 조금만 더 잘 먹고, 좀 더 힘을 내서 저를 낳았더라면 살릴 수는 있었대요” 임서아의 말을 듣고 있던 서 씨 집안 어르신은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서 씨 집안 딸이 밥도 배불리 먹지 못할 상황이라니! 게다가 너무 허약하여 아이를 낳다가 대출혈로 목숨까지 잃었다. 이게 다 누구 탓인가? 서 씨 집안 잘못이다! 서 씨 집안 어르신이 첩이 낳은 딸이라고 별로 관심을 하지 않은 탓이다. 서 씨 집안 어르신은 눈물을 닦고 몸을 돌려 임서아를 일으켰다. “서아야......어서 일어나” “할아버지” 임서아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잘못했어요, 할아버지, 다 제 잘못이에요, 잘못을 인정하러 할아버지를 뵈로 온 거예요, 말씀드리자면 제가 일부러 거만하게 일을 떠벌리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부소경과 결혼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다른 선택할 여지가 없었어요, 6년 전 아빠가 장사하실 때 부소경과 부소건 사이에서 정말 힘들게 버텼어요, 아빠가 일부러 신세희한테 그러신 게 아니에요, 사후에, 고의로 대신하게 한 것도 아니에요. 그때는 두 사람의 틈에 끼어서 너무 힘들었어요, 우리도 살아야 하니깐요, 할아버지. 아빠한테는 제가 하나뿐인 딸이라 저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셨어요, 정말 살아가기 너무 힘들었어요” 이 시각, 임서아는 할아버지 앞에서 온갖 가련한 척을 다 했다. 서 씨 집안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할아버지가 다 알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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