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화
한편 신세희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런 소용돌이에 몸담고 있으니 당연히 임씨 집안에서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조의찬이 그녀에게 친절한 것도 가진 자의 베풂이라는 걸, 부소경이 자기의 임신 사실을 알고도 이곳에 머물게 하는 것도 어머니를 위해서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 바닥에서 의지할 곳 하나 없는 가여운 여자일 뿐이었다. 살아남으려면 조심, 또 조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부소경과 함께 살면서 그녀는 자신의 침실에 틀어박힌 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마찬가지였다.
밤 11시, 부소경과 임서아가 거실에 없을 거라 생각한 신세희는 몸을 씻을 뜨거운 물을 받으러 방에서 나왔다. 그러나 부소경이 거실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부소경 앞으로 다가간 신세희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경 씨, 굳이 나 때문에 임서아를 이곳에 머물지 못하게 할 필요는 없어요. 난 될수록 나오지 않을 거고 당신들을 방해하지 않을 게요."
부소경은 가라앉은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신세희는 이미 대야를 들고 돌아서고 있었다.
이날 밤, 신세희는 깊이 잠들지 못했다. 임씨 집안의 인성으로 봐서는 임서아가 이곳에 머물지 못하는 걸 모두 그녀 탓으로 돌릴 가능성이 컸다.
다음 날, 잠을 설친 신세희는 좋지 않은 몸 상태로 회사에 출근했다. 어제와 같이 부서 내 다른 이들의 심부름을 하느라 조금의 여유도 없었다.
점심쯤, 디자인 디렉터가 그녀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그때 제출했던 설계도 말인데요, 정말 신세희 씨가 직접 그린 거예요?"
신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디렉터는 한쪽에 쌓인 자료들을 그녀에게 던지며 말했다.
"이건 위에서 내려온 새로운 시안이에요. 살펴보고 초안을 제출하세요. 이건 내가 처음으로 신세희 씨한테 단독으로 맡기는 업무예요. 그렇지만 신세희 씨는 신입이고 학력도 낮으니까... 만약 이렇게 빨리 단독 업무를 맡게 된 걸 다른 사람들이 알면 불만이 많을 겁니다. 그러니..."
이 말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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