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그리고 그날 만났던 서준명.
그들은 모두 신분이 높고 돈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신세희는 그들 앞에서 웃음거리가 될 뿐이었다. 그들을 기쁘게 해줄 가십거리.
신세희는 알고 있었다. 열이 내리고 정신을 차렸다 하더라도 그녀에게 남은 길은 없다는 거.
부소경의 집으로 찾아가 그에게 모든 사실을 하나도 빠짐없이 말하고 싶었는데. 그녀가 감옥이 있을 때 임씨 집안 사람들이 그녀보고 곧 죽을 남자랑 하룻밤만 보내라고 강박했다고. 그러다 임신을 해버렸고 그 남자는 죽어버렸다고.
하지만, 부소경의 품에 안겨있는 임서아의 모습에 신세희 입은 그대로 막혀버렸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지금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을 더 빨리 끝낼 뿐이었으니까.
위쪽에서 아무런 온도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신 차렸으면 이제 눈 떠. 물어볼 거 있으니까!”
신세희는 피곤한 표정으로 눈을 떴다. 그녀는 심장을 얼려버릴 듯 차가운 눈과 마주쳤다. 그의 눈빛은 무척이나 차가웠고 그녀에 대한 혐오감도 섞여 있었다.
요즘, 그녀를 대하는 부소경의 태도가 조금 좋아지긴 했다.
먼저 그녀에게 천만 원도 빌려주고, 납치범의 손에서 직접 그녀를 구출하기도 하고, 본인이 직접 그녀의 몸 구석구석에 약도 발라주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신세희는 금방 출소 했을 때의 부소경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의 태도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사실, 그의 태도는 그녀와 상관이 없었다.
신세희는 차갑게 웃었다. 그녀는 똑같이 차갑고 무정한 눈빛으로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부소경씨, 우리 다시 얘기해야 할 것 같아요.”
“…” 그녀의 태도가 부소경을 당황하게 했다.
신세희는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맞아요! 처음부터 작정하고 당신 어머니한테 접근한 거예요!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어서! 남은 삶 부귀영화 한번 누려보고 싶었어요! 당신이 날 성에 안 차 할 것 같아서 먼저 임신부터 했어요! 때가 되면 공개해버리는 거죠. 그럼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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