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적어도..."
조의찬은 골목 안 식당들을 둘러봤다. 낡고 볼품없는 외관의 가게들, 똑같은 반찬의 도시락을 먹는 인부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코를 찡그렸다.
'깐깐한 여자와 한 번 자보겠다고 별짓을 다 하는군,'
"적어도 몇천 원짜리 도시락 한 끼는 사줘야 하지 않겠어요?"
"좋아요!"
신세희가 쿨하게 대답했다.
두 사람은 야채 반찬 두 개와 고기반찬 하나가 나오는 도시락 1인분을 주문했다. 찐빵 두 개를 먹은 신세희는 이미 배가 부른 상태라 조의찬의 맞은편에 앉아 그가 먹는 걸 지켜봤다.
그야말로 어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맞은편에 앉은 그녀의 표정이 한없이 담담해서 더 민망했다.
밀랍을 씹는 것 같은 도시락을 먹으면서 조의찬은 문득 손을 뻗어 신세희의 말랑한 볼을 제멋대로 주무르고 싶어졌다. 숨 막히도록 품에 꽉 안아 정신 못 차리게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때가 되어서도 이런 재미없는 표정을 짓고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조의찬은 노련한 사냥꾼이었다. 그는 항상 인내심을 갖고 사냥감을 대했다.
카운터에 간 신세희는 뒤늦게 조의찬이 이미 계산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녀는 민망한 표정으로 조의찬을 쳐다봤다.
"미안해요, 내가 사기로 했는데..."
"고작 몇천 원짜리 도시락으로 대신하려고요? 신세희 씨 아직 돈이 부족한 것 같아서 이번엔 그냥 내가 샀어요. 첫 월급 나오면 꼭 맛있는 거 사줘요."
조의찬은 아무 거리낌 없이 돌직구를 던졌다.
이곳 운성에서 조의찬은 부소경 말고는 딱히 두려워할 상대가 없었다.
남성에서는 모두 조의찬을 무서워했다.
신세희는 갑자기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거짓 없이 순수한 웃음에 조의찬은 넋을 잃고 그녀를 쳐다봤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 지나치게 솔직하긴 하지만 사실 악의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특히 당신 같은 부잣집 도련님들은 말이에요. 의찬 씨는 잘생겼고 성격도 밝으니까 여자들이 엄청나게 좋아하겠죠? 부럽네요."
신세희는 비슷한 또래의 남녀가 연애하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자기는 가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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