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4화
케이스는 텅텅 비어있었다.
'감히 나를 속여?'
임서아는 식탁 위로 거칠게 케이스를 내던졌다.
직원이 임서아에게 따졌다.
"손님, 가게에서 이렇게 행패를 부리시면 안 됩니다!"
"돈을 더 내면 될 거 아니야!"
임서아는 십만 원을 꺼내 탁자 위에 던지고는 가방을 챙겨 가게를 나섰다.
직원이 뒤에서 구시렁거렸다.
"돈이 많으면 다야? 저런 지랄맞은 성격으로 평생 결혼은 꿈도 못 꿀 거다."
갑자기 몸을 홱 돌린 임서아가 직원을 거만하게 쳐다보았다.
"이런 데서 서빙이나 하는 불쌍한 알바생아, 잘 들어. 오늘이 바로 내 결혼식 날이란다. 우리 남편이 누군지 알아? 그이는 널 한 손으로 짓이겨버릴 수도 있는 사람이야."
직원은 임서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몸을 흠칫 떨었다.
임서아가 싸늘하게 미소 지었다.
"내 남편은 이 남성에서 가장 권력 있는 사람인 부소경이라고. 부소경 몰라? 우리 오늘 결혼해! 질투나 죽겠지? 나는 남성의 모든 여자가 날 질투했으면 좋겠어. 이제부터 내가 부씨 집안 안주인이니까. 하하하!"
광기 가득한 임서아가 분식집을 나섰다.
부아가 치밀어 오른 직원은 침을 뱉듯이 읊조렸다.
"결혼식 거하게 망해버려라."
임서아가 미처 듣지 못한 저주였다.
분식집을 나선 임서아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겨우 1, 2분 남짓한 시간에 신세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설마 충동적으로 차도로 뛰어들어 자살한 건 아니겠지?
'재미없긴.'
임서아는 신세희가 알아야 할 두 가지 비밀을 준비해둔 참이었다. 그러나 미처 두 번째 비밀을 알리기도 전에 떠나버리다니.
'그 초라한 월셋집으로 돌아갔겠지?'
임서아는 빈민촌에 가서 신세희의 모습을 다시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촉박했던 터라 바로 돌아가서 메이크업을 받아야 했다. 그녀는 반드시 이 운성에서 가장 빛나는 신부가 되어야 했다.
임서아는 아쉬운 마음을 안고 자신의 스포츠카를 타고 돌아갔다.
한편 넋이 나간 신세희는 터덜터덜 골목길을 걸으며 임서아의 말들을 곱씹었다.
배 속의 아이가 부소경의 아이라니!
드디어 임씨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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