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장 연애에 미친 놈

배지훈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고 눈빛에는 짜증이 섞였다. 그는 나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고 호주머니에서 반지 상자를 꺼냈는데 안에는 여전히 우리의 결혼반지였다. 그가 말하기 전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배지훈, 내가 다른 사람이 한 건 안 가질 거라고 했잖아." '그날 여진아가 반지를 낀 걸 보고도 감히 나한테 끼우려고 해?' 배지훈의 손은 어색해서 공중에서 멈춰버렸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는 나를 힐끗힐끗 곁눈질했고 한숨을 쉬었다. "하연아, 우리 꼭 이렇게 해야 해?" 나는 그가 왜 슬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가 이렇게 된 게 너 때문 아니야?' 하지만 내가 했던 일이 생각나 나는 고개를 숙였다. '나랑도 상관있는 것 같네.' "배지훈, 우리 이혼해." 나는 마치 아주 사소한 일을 말하는 것처럼 평온하게 말했다. 이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리 잡히면 계속 떠오르는 것 같았다. 배지훈은 분노하며 반지를 뒷좌석에 던졌다. "강하연, 그렇게 이혼하고 싶어?" "문현수가 돌아오자 네가 이혼하겠다고 했잖아, 너 혹시 대학교 때 걔랑 만나지 않은 거 후회하는 거야?" 그는 또 그 말을 꺼냈고 나는 짜증이 나서 문을 열고 가려고 했다. 그때 그의 휴대폰이 또 울렸는데 여진아가 포기하지 않고 또 전화한 거였다. 배지훈은 귀찮아했지만 안쓰러워하는 것도 같았다. 적어도 지금 여진아는 그가 좋아하는 여자였기에 그가 상관 안 할 리가 없었다. 역시나 그는 몇 초간 머뭇거리더니 전화를 받았고 여진아의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훈아, 나 알레르기가 너무 심해서 의사 선생님이 가족 부르래, 너 어디야?" 그와 동시에 나는 차에서 내렸고 뒤에 있던 택시에 탔다. 나는 배지훈이 차에서 내렸고 뭐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는데 나한테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여진아의 가족이지 내 가족이 아니었다. 우리가 이혼하면, 얇은 혼인 신고서가 그를 속박하지 않을 거고 그는 자유를 얻을 것이었다. 구연서의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이미 다 씻었고 나한테 따뜻한 흑설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