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장 더러워서 그래

"됐어, 그냥 이거 입을 거야, 나 바빠." 나는 그 집에 정말 돌아가기 싫어 얼른 머리를 저었다. 여진아가 전에 내 옷장에서 옷과 액세서리를 골랐다는 걸 생각만 해도 역겨웠다. 역시나 아무리 비싼 물건이라도, 더러워지면 다시 만지고도 싶지 않았다. 그는 나를 훑어보더니, 아마 내가 입은 게 그래도 괜찮았는지, 그제야 나랑 같이 내려갔다. 많은 동료들이 우리를 쳐다보았고 나는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아마 내가 부정당한 수단을 써서 배지훈이 다시 나랑 같이 다닌다고 생각했을 것이었다. 오늘은 여진아가 이상하리만치 나와서 시비 걸지 않았다. 자세히 생각해 보니 그녀가 오늘 새로운 시계를 한 것 같았고 나는 바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챘다. 그녀는 아주 이기적인 사람이었기에 좋은 점이 있으면 당연히 양보하려고 했는데, 그건 나보다 나았다. '역시 좋은 시계네, 까르띠에 발롱 블루도 몇백은 하는데.' 본가에 도착했고, 어르신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화가 나 있었고 내 앞에서 배지훈을 혼냈다. 배씨 가문에서 나는 인품이 괜찮은 편이었다. 적어도 반년 동안 배지훈은 밖에서 바람둥이라는 소문이 자자했지만 나는 충실한 배 사모님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어르신은 묻지도 않고 바로 배지훈의 잘못이라고 확신했다. 혼내고 나서 어르신은 나를 바라보았다. "다음 주 배성 그룹 기념일 파티에 너랑 지훈이가 같이 참석해, 화려하게 입고 와." 나는 깜짝 놀라서 어르신을 쳐다보았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인터넷에서 우리가 이혼한다고 소문이 도는데, 왜 이렇게 담담하시지?' 하지만 어르신이 바로 그 의문에 답해주셨다. "배지훈이 너랑 결혼했을 때, 여론 평가가 계속 좋았어, 배성 그룹도 좋은 이미지였고, 지금 그 이미지 망칠 수 없어." "배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의 결혼은 모두 중요해, 무조건 가문을 위해 책임져야 해, 알겠어?" 배지훈과 나는 마음속으로 어르신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기에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어르신이 지금까지 배지훈을 힘들게 지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