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1장 불여시
이튿날 아침 일찍 내가 숙소에서 나와 아침을 사러 가려는데, 여자 숙소 앞에 있는 배지훈을 보았다.
"하연아!"
그는 어색하게 웃었지만 눈빛에는 여전히 희망이 어려있었다.
나는 그를 모르는 척하고 지나쳤는데 그가 다급하게 쫓아왔다.
"얘기 좀 해."
"할 얘기 없어."
나는 이혼할 때 분명히 다시는 보지 말자고, 만나더라도 모르는 척하자고 말했었다.
하지만 그는 내 말을 잊은 것 같았다.
배지훈은 성큼 앞으로 가서 내 앞을 막았다.
"하연아, 이러지 마, 그냥 너 보고 싶어서 그래, 왜 무영국에 온 거야?"
"반년 동안 여기 있었던 거야? 내가 어제 윤성이한테 물어봤는데 아무것도 안 알려주더라고!"
"배 대표님한테 보고해야 해?"
나는 덤덤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배지훈과 헤어진 반년 동안 나는 정말 즐거웠고 잘 살았다.
전남편이 있다는 것도 잊을 정도였는데 그가 갑자기 찾아온 거였다.
그는 속상한 듯하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나한테 보고할 필요 없어, 그냥 네가 잘 지냈는지 궁금해서 그래."
"사실 구연서한테도 물었었고 장이서도 찾아갔었는데, 다들 네가 어디 갔다는 걸 안 알려줘서 많이 걱정했거든."
나는 여전히 덤덤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들었다.
'뭘 걱정했는데?'
'내가 건드리지도 않았고, 너희들 앞에 나타나지도 않았잖아, 좋은 거 아니야?'
그가 걱정하는 척하는 눈빛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사실 그가 병원에 성문걸을 찾아가거나, 수단을 써서 진료 기록을 알아봤으면 내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성문걸은 항상 정곡을 찌르는 사람이었기에 그를 한동안 괴롭힌다고 해도 결국 알려줄 거였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내가 왜 점점 야위어가는지, 왜 자꾸 쓰러지는지 생각해 본 적 없는 것 같았다.
심지어는 유산하고 나서 진짜 회복됐는지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것 같았다.
모시안이 "쓰레기"라고 했던 말이 뇌리를 스쳤다.
'예전의 배지훈은 그럴 능력이 없었지만, 지금의 배지훈은?'
그냥 하고 싶지 않은 것뿐이었다.
나는 옆으로 비껴가며 말했다.
"비켜, 아침 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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