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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장 임신 아니에요

배지훈은 내 냉담함에 놀랐는지 날 막연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전에는 내가 계속 그를 쫓아다녔는데, 지금 갑자기 필요 없다고 했으니 이상할 만도 했다. 하지만 그는 내가 갑자기 필요로 하지 않았다는 걸 모를 것이다. 그는 갑자기 분노하면서 나를 세면대로 밀어붙였다. "필요 없어? 무슨 말이야?" "배 사모님은 많은 장소에 다녀야 하는데, 네가 왜 필요 없어?" 나는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았고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내가 제일 필요할 때는 주지 않더니, 이제 필요 없으니까 강제로 주겠다는 거야?' "왜 웃어?" 그는 미간을 더 세게 찌푸렸고 나는 입술을 오므리고 한숨 쉬었다. "배지훈, 왜 이러는 거야? 체면 살려줄 배 사모님이 필요하면 여진아 선택해." "목걸이 하나에 몇천만 원이 넘고, 최신상 가방에, 그리고 네 사랑 듬뿍 받는데, 걔가 제일 잘 어울리잖아." "아무리 봐도 걔가 제일 배 사모님이랑 어울리지 않아?" 나는 짜증 나서 그를 밀어내고 바로 테이블로 향했다. 더 싸워봐야 의미도 없었고 나도 이젠 그와 따지고 싶은 나이가 지났다. 겨우 3년이었는데 나는 30년을 늙은 것 같았고 더는 싸우고 싶지 않았다. 배지훈은 낯빛이 어두워진 채로 따라 나았고 씩씩거리며 앉았다. 큰어머니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하연아, 너 얼마 동안 구토한 거야? 계속 헛구역질하는 거야?" 작은어머니도 날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너, 생리는 제대로 해?" 나는 그들이 뭘 물을지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임신한 줄로 알다니, 웃겨 정말.'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어르신이 테이블을 내리쳤다. "잘됐어, 좋았어, 우리 배씨 가문에 후손이 생기겠네! 무조건 그런 걸 거야, 맞아!" 하지만 어르신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정말 그의 환상을 깨버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일은 미리 아는 게 좋은 일일 수도 있었다, 안 그러면 나중에서 더 실망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술잔을 들어 와인을 마시고는 두 어머니의 놀라 하는 눈빛을 보며 서서히 입을 열었다. "아니에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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