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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장 네가 약속 안 지킨 거야

그날 이후로 나랑 배지훈은 완전히 갈라선 것 같았다. 그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나도 물어보지 않았다. 회사에서 만나도 서로 모르는 척했다. 나는 오히려 그게 편했고, 그가 없는 날이 정말 많이 홀가분해진 것 같았다. 여진아도 더는 나한테 시비 걸지 않았지만 매번 나를 볼 때면, 여전히 득의양양한 모습이었다. 그깟 쓰레기는 여진아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한테 빼앗길 것이었다. 세상에 비슷한 사람이 너무 많았기에 나와 같은 사람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두 사람의 연애에 관심이 없었다. 주사를 맞기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재무팀은 내가 돈이 필요한 걸 알았기에 배지훈의 동의를 받고 바로 보너스를 입금해 주었다. 돈이 생기자 나는 당당해졌고 보약도 많이 샀다. 의사 선생님과 시간을 잡고 나서 나는 바로 회사에 휴가를 신청했다. 구연서는 내가 혼자 주사 맞으면 일이 생길까 봐 일부러 휴가 신청해서 나랑 같이 왔다. "처음 맞는 거라 부작용이 클 수도 있으니 입원해서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의사 선생님은 나한테 주사를 놓으며 조심스럽게 당부했다. 나는 열심히 주의 사항을 기억했고 약물이 서서히 혈관을 타고 들어가는 걸 보며, 내 목숨이 또 연장된 것 같았다. "강하연 씨, 컨디션 좋네요, 이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많이 드셔야 해요, 몸이 점점 에너지 소비가 클 테니 꼭 몸보신 잘해야 합니다." 구연서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조금 전에 이미 나한테 해삼을 두 상자 선물했고, 다른 사람이 자기한테 선물한 것처럼 연기했다. 하지만 그녀는 상자 밑에 영수증이 있는 걸 까먹은 것 같았다. 그녀는 내 옆에 앉아서 잔소리를 시작했다. "너 학교 다닐 때부터 다이어트만 하더니, 지금 많이 먹어." "앞으로 매주 내가 너한테 밥 한 번 살게, 네가 살 빠지면 나 돈 깎을 거야." 나는 그녀의 어깨를 머리를 기댔고 따듯한 촉감이 느껴져 마음도 따듯해지는 것 같았다. 처음 맞는 주사라 확실히 부작용이 컸다. 나는 어지럽고 역겨웠고 심지어는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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