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8장 본가로 가다

배지훈은 침을 삼키고는 다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내 옷을 정리해 주고는 내 어깨를 다독였다. "일 더 열심히 하고, 프로젝트 더 미루지 마." 그러고는 뒤돌아 떠났고 어색해하는 나와 박장대소하는 구연서만 남았다. "두 사람 무슨 일이야? 화해한 거야?" "두 사람 너무 빨리 변한 거 아니야? 배지훈이 뭐에 씐 거 아닌가?" 그녀는 걸어와서 배지훈처럼 내 어깨를 다독였다. "계속 노력해, 하하하하~" 나는 그녀를 흘겨보았고 그날 일을 말해주었다. 구연서는 마치 진작에 알았다는 듯 그저 손을 내저었다. "어차피 약 먹었으니까 괜찮아, 분명 모를 거야." "그때 완전히 흐릿했었다며, 여보라고도 부르고, 배지훈이 전에 어땠는지 몰랐으면 아주 순정적인 남자 주인공인 줄 알았겠어." 나는 한숨을 쉬었다. '성수지가 말할 줄 알았어.' '배터리가 없었으니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정말 창피했겠네.' 하지만 나는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배지훈과의 사이가 좋아졌기에 조사도 쉬워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좋은 기분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퇴근할 때 배지훈이 날 찾아와서는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할아버지가 본가로 오래, 저녁에 일 있어?" 사실 내가 일이 생기고 나서부터 배지훈은 본가에 간 적 없었다. 지난번 큰아버지 일가의 말이 마음에 걸렸었다. 어르신도 그들과 여진아의 사이를 몰랐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진아는 증거가 없었고 죽을 때까지도 아무도 못 끌어내리고 혼자 죽었다. 그리고 내가 그녀한테서 들은 배진호의 관한 얘기도 증거가 될 수는 없었고 어쩌면 배진호한테 되레 당할 수도 있었다. 어르신이 죄를 물을 거라는 생각에 나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고 배지훈이 얼른 다가왔다. "가고 싶지 않으면 안 가면 돼." "아니야, 그래도 가야지, 제대로 말해야 해." 언제든 마주해야 할 일이었고 본가를 계속 가지 않는다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 역시나 본가에 도착하자 배지훈은 또 무릎을 꿇어야 했다. "네가 한 짓을 봐, 집에 와이프도 있는데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