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0장 나쁜 자식

배지훈을 밀어낸 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옆에는 이마에 총을 맞은 여진아의 시체가 있었다. 드라마에서처럼 피를 많이 흘리지는 않았지만 눈을 감지 못한 채 문이 있는 곳을 빤히 보고 있었다. 방호복을 입은 경찰이 뛰어 들어와 배지훈을 끌고 나가려고 했다. 나는 젖 먹던 힘까지 써서 겨우 여진아의 곁으로 가서 그녀의 호주머니에서 약병을 꺼냈다. 경찰이 끌고 나가려고 하자 배지훈은 바로 나에게로 뛰어왔다. "강하연, 하연아, 너 괜찮아?" 그는 아주 보기 흉하게 울었는데 눈물과 콧물까지 나의 얼굴에 흘렸다. 나는 그를 밀어내지 않았고 약병을 열어 약 두 알을 그의 입에 넣었다. 약이 효과가 있는지는 몰랐지만 목숨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여진아가 먹었으니 아마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현장에는 사람들이 많이 왔었고 우리를 검사하고는 격리해야 한다고 했다. 성문걸이 있는 병원에 기기와 격리구역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서야 나는 겨우 안심했다. "성수지, 수지 오빠가 검사하게 해..." 나는 마지막에 그 말을 뱉었고 의식의 자락을 잡고 기절하지 않고 있었다. 여진아의 말이 계속 나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역시 여자는 참 독해, 계획 참 잘 먹혔네.' 배지훈이 내 병을 알게 되면 분명 내가 전에 왜 떠났는지 알게 될 것이었다. 게다가 진실을 아는 구연서와 성수지도 있었으니 말이다. 병원 의료진은 모두 방호복을 입고 다녔는데 나는 점점 기절할 것 같았다. 생각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었는데 성문걸을 보고서야 나는 힘겹게 손을 내밀었다. 그는 여전히 표정 변화가 없었지만 싫다는 듯 손에 든 진료서로 나의 손을 도로 내렸다. "환자분 의식이 또렷하고 방사능이 심하지 않으니 일단 약을 쓰시죠." "환자분 쉬어도 돼요, 원하는 걸 잘 알고 있으니 걱정 마시죠." 옆에 있던 간호사가 그를 존경에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선생님,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아세요? 환자분이 뭐라고 한 걸 들었는데요?" 성문걸은 무표정으로 간호사를 바라보았다. "조금 알아요, 관상도 볼 줄 알고요, 환자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