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10장

다음 날 점심 11시 반, 비가 막 그쳤다. 부성화는 부동산 증명서를 막 받았고, 기뻐하며 위에 쓰여 있는 자신의 이름을 보았다. 그녀는 증명서와 함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오빠 고마워!" 부성훈은 아무 말 없이 차에 탔다. 지금껏 허지은한테서 문자와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 오히려 자수 부서 손 디렉터한테서 전화가 왔다. "대표님, 양면 자수를 하는 선생님이 없어요, 면접 보러온 분들은 모두 실력이 별로여서 수낭들을 가르칠 수 없어요. 허 대표님이 시간 비실 때 와서 가르쳐주면 안 될까요?" 부성훈은 지금 허지은의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복잡해 났다. "다른 사람은 안 돼? 허지은 말고 안현시에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허 대표님만 아는 건 아니지만, 경험을 전수해 줄 수 있는 양면 자수 대가님들은 진작에 관두셔서, 전문적인 선생님을 구할 수 없어요." 편인이 안현시에서 이름을 날리게 된 건, 모두 허지은이 뒤에서 수놓은 양면 자수품 덕분이었다. 많은 기업에서 허지은의 자수품을 보고 그녀한테 나중에 크게 될 거라고 했었다. 사실 아무도 허지은이 4년 전에 이미 첫 상을 수상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지금 국내의 양면 자수 인재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젊은이들은 인내심이 없어 자수를 배우지 않았기에, 얼마 남지 않은 대가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거였다. 허지은이 바로 그중 한 명이었다. 부성훈은 핸들을 세게 내리쳤다. "돈 많이 준다고 해." 허지은이 없으면 다른 사람이 양면 자수를 가르칠 수 없는 거야? 허지은한테 도움을 청하느니, 죽고 말지! 손 디렉터는 부성훈이 허지은이 힘들까 봐 걱정하는 줄 알고는, 더 생각하지 않고, 그의 뜻에 따라 더 높은 가격을 매긴 채용 공고를 내보냈다. - 오후 1시. 허지은은 시간 맞춰서 성진 그룹에 도착했다. "주 대표님." 주민서뒤에는 자수품을 관리하고 있고, 또 경력이 오래된 수낭들이 있었는데 다들 반갑게 인사했다. "허 대표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주민서가 초대했다. "안에 들어가서 얘기하시죠." 회의실. 허지은은 자신이 밤을 새워 만든 작품을 보여주었다. "아직 틀을 만들지 않았어요, 먼저 보여드리려고요, 만약 부족한 게 있으면 다시 수정하게요." 성진 그룹 자수 부서 디렉터와 수낭들이 그걸 보더니 모두 깜짝 놀라했다. 심지어 어떤 이는 확대경을 들고 실을 보았다. 수준이... 갑자기 늘었어? 봄 시즌 대회 때는, 허지은의 자수품이 이 정도는 아니었다. 주민서는 보고 나서 놀라움과 흥분을 금침 못했다. "허 대표님, 우리 솔직하게 말합시다. 이 작품, 정말 허 대표님이 만든 게 맞아요?" 허지은은 그들의 놀라움과 의아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전에는 그녀가 못하는 척하려고 일부러 하자 있는 작품들을 선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을 시즌 대회에서 승리하기 위해, 작품의 완성도를 두 계단이나 올렸기에 확실히 의심을 살 만했다 만약 외부의 자수품을 들고 대회에 참가했다가, 들통나서 신고당하면, 영원히 국내 대회에 참가할 수 없었다. 성진 그룹은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할 수 없었다. 허지은은 USB를 테이블에 놓으며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이 작품을 수놓을 때 특별히 영상을 찍었습니다, 걱정 되시면 봐도 돼요." "그런 뜻이 아닙니다, 허 대표님, 오해하지 마세요." 성진의 자수 부서 디렉터가 말하고는 머리를 돌려 나지막하게 주민서한테 말했다. "대표님, 이 자수품은 장담하건대, 가을 시즌에서 무조건 1등 할 겁니다. 여전히 작은 하자가 있긴 하지만, 국내 대회에서는 다른 경쟁자를 압도하기엔 충분합니다." 이들이 있는 곳이 북방이었지만 자수는 남방에서 기원한 거였다. 매년 대회 때면, 남방에서 북방의 자수 회사에 큰 압력을 주곤 했다. 지금은 남방에서 금수 수업이 제일 이름있었고 성진 그룹이 나타나기 전까지, 거의 자수업계를 40년 가까이 독점하고 있었다. 성진 그룹이 10년 정도로 자기들만의 시장을 개척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금수 수업을 제패하는 게 성진 그룹의 다음 목표였다. "금수 수업을 이길 확신이 있어요?" 디렉터가 말했다. "허 대표님이 정말 재능 있어요, 내년의 국제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이삼 년 정도 지나면 분명 겨룰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겁니다." 주민서는 마음속으로 생각을 마쳤다. 허지은을 보내고 나서 그녀는 해외에 있는 오빠랑 얘기를 나눴다. 영상 통화가 켜졌고, 남자는 막 샤워를 끝낸 듯 보였다. 짧은 머리카락엔 물기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고, 새까만 실크 가운이 그의 차가운 백옥 같은 피부와 강렬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그 남자의 눈, 깊고도 고요한데, 그 속엔 조용하지만 압도적인 공격성이 담겨 있었다. "무슨 일이야?" 낮고도 약간 쉰 목소리가 들려오자 주민서가 말했다. "허지은 씨가 가져온 작품 봤어?" "응." 그는 방금 보았다. 주민서가 떠보듯 물었다. "오빠, 지은 씨 스카우트하고 싶은 거지?" 남자는 의자에 기대 담배를 한 모금 피며 대답하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런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가 이렇게 우아한 사업을 하고 있다는 걸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한참 지나서야 그가 말했다. "싶은 게 아니야." 그러려고 하고 있는 거야. 주민서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편인의 부성훈이랑 엮여 있어, 이 일이 없다고 해도, 완전히 완성형인 양면 자수 수낭을 키우려고 해도 시간이 많이 필요해." 영상통화가 끊어져 버렸다. 주민서는 멍해졌다. 이렇게 끊는다고?! 그러더니 해외에서 그녀의 친오빠한테서 메일이 왔다는 알람이 떴다. 메일의 내용을 보고 나서 주민서는 진정할 수 없어 물을 연속 몇 모금이나 마시고는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작년 10대 자수품 수상자가 허지은이었어?" "작년 최고급 수낭 수상자도 허지은이었어?" "국내 자수 박물관에 있는 양면 자수 작품 두 개 중에서, 한 개가 허지은이 만든 거였어?" 진짜 잘 숨겼네! 그 말은 편인이 그동안 거의 허지은이 먹여 살렸다는 거 아니야? 주민서는 서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러더니 2초 지나서 벌떡 일어섰다. 그녀는 반드시 이 천재를 성진에 스카우트하려고 했다! - 성진 그룹에서 나온 허지은이 차에서 휴식하려다가, SNS를 열었는데 부성화가 점심에 올린 글을 보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부동산 증명서에 써 있는 주소가 바로 그녀가 살고 있는 별장이었다! 허지은은 전에도 별장이 완전히 자기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남에게 줄 수는 없었다. 그녀는 바로 별장으로 향했고 별장 문 앞에 차를 세웠다. 허지은이 재빨리 걸어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비밀번호가 틀렸다는 신호음이 울렸다. "누구?" 부성화가 문을 열자 바로 얼굴이 창백해 있는 허지은을 보게 되었다. 허지은은 그녀를 지나 들어갔고 역시나 집에 있는 부성훈을 보았다. "부성훈, 이게 무슨 뜻이야?" "우리 아들한테 똑바로 말해!" 김윤자와 백아연이 거실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전에 그녀가 장식했던 물건들이 모두 사라졌다. 허지은은 머리가 하얘졌고 소파에 태연하게 앉아 있는 부성훈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 별장, 무슨 뜻이냐고 묻잖아?" "무슨 뜻이긴? 당연히 앞으로 부성화 명의라는 거지." "이 일은 나랑 상의해야 하는 거 아니야? 적어도 나도 지배권은 있잖아?" 그때 이 별장을 사는데 그녀의 모든 재산을 다 썼었다. 스무 살부터 집이 없었기에 그녀는 자기의 집을 아주 기대했었다. 그래서 돈을 모으자마자 제일 먼저 자신과 부성훈의 집을 사게 된 거였다. "네가 무슨 지배권이 있어?" 김윤자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우리 아들 명의잖아." 허지은의 당황해하는 모습에 부성훈은 속이 후련했다. 그러니까 누가 요즘 말 안 들으래, 버릇 좀 고쳐야 한다니까! 부성훈은 생각하는 척하며 일부러 말했다. "이 별장을 사는데 네가 돈을 절반 냈단 말이야?" 허지은은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역시나, 부성훈이 담배에 불을 붙이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네가 절반을 냈다는 걸 누가 증명할 수 있지? 처음에 별장을 살 때 쓴 돈은 내 계좌에서 나갔잖아." "그러니까 앞으로 그렇게 당당하게 네가 반 냈다고 하지 마. 지금 당장 내 별장에서 나가!" 부성화가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그녀를 내쫓기 시작했다. 백아연은 꽃병을 들고 말했다. "아이고, 지은아, 분위기 파악 좀 해." 네 사람이 돌아가며 그녀를 공격했다. 허지은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부성훈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는 부성훈이 언젠간 이렇게, 그녀가 돈을 냈다는 걸 부정하면서 그녀를 이곳에서 쫓아낼 줄 생각도 못 했다.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