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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장

토요일. 심씨 회장님의 생신날, 고남연은 여전히 의뢰인을 만나고 야근하고 있었다. 하정준이 그녀에게 전화했을 때, 고남연은 의뢰인의 회사에서 나와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으려던 중이었다. 집에 도착해 보니 윤북진의 차가 이미 주차되어 있었다. 윤북진이 며칠 전 병원에서 주정연의 욕을 듣고 또 진해영이 수표를 언급한 뒤로 두 사람의 사이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조수석의 차 문을 열고 고남연이 눈썹을 위로 치켜올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오늘 좀 멋진데?” “언제는 안 멋졌나?” “재수 없기는.” 고남연은 피식 웃으며 밉지 않게 윤북진을 흘겼다. 여섯 시가 넘어 두 사람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 다른 손님들은 이미 모두 도착해 있었다. 윤북진과 함께 어르신의 생신을 축하하면서 윤북진은 어디를 가든지 고남연을 항상 데리고 다녔다. 결혼 2년 만에 공식 석상에서 처음으로 이렇게 가까워 보이는 두 사람을 보며 조진영은 감동의 눈시울을 붉혔다. 고남연이 힘든 나날을 이제 드디어 이겨낸 것만 같았다. 함께 모습을 드러낸 두 사람을 보며 수군거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물론 오늘은 심씨 회장님의 생신 파티였기에 모두 궁금한 마음에 서로 몇 마디씩 주고받은 게 다였다. 모두 같은 서클의 사람들이었는지라 윤북진이 알고 있는 사람은 고남연도 알고 있었고 서로 대화가 잘 통했다. 윤북진이 고남연과 함께 어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두 사람의 뒤에서 허진주가 뛰쳐나오더니 다짜고짜 윤북진의 팔을 와락 껴안았다. “북진 오빠, 이미 와 있었네! 입구에서 한참 동안 오빠를 기다렸는데.” 허진주가 호들갑을 떨자, 윤북진은 안색을 굳히며 먼지 털 듯 허진주가 팔짱을 꼈던 팔을 탁탁 쳐냈다. “아이, 북진 오빠, 왜 그래?” 몸을 꼬며 애교를 부리던 그녀는 윤북진의 옆에 있는 고남연을 발견하고는 미간을 구겼다. “고남연?” 불화설을 달고 다니던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이 매우 의아하다는 눈빛이었다. 그리고 이내 다시 윤북진의 팔짱을 끼며 고남연의 “악행”을 일러바쳤다. “북진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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