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장

한재혁은 곧바로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 “송유진, 너 지금 매를 버는 거야?” 송유진은 얄밉게 웃으며 맞받았다. “봐봐요! 매라니!”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마. 너한테 손찌검 같은 건 절대 안 해.” 그 말에 송유진은 멈칫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재혁은 이어서 말했다. “근데 말이야, 내 흑역사를 다 들었으면 너도 네 얘기 좀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송유진은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하며 되물었다. “저요?” “그래. 너!”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기다렸고, 송유진은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근데 저는 딱히 말할 게 없어요.” “내 얘기는 흥미진진하게 들어놓고 넌 입을 닫겠다? 이건 좀 아니지 않아?” 송유진은 어이없다는 듯 답했다. “그건 재혁 씨가 혼자 말한 거잖아요. 제가 굳이 들려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러나 그녀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누가 듣고 싶대? 그냥 궁금하니까 물어보는 거야.” 송유진은 작게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뭐가 궁금해요...” “대학 시절 얘기 좀 해봐.” 그 순간, 그녀는 핸드폰을 쥔 손이 얼어붙었다. 대학 시절의 기억은 그녀에게 있어 그리 간직하고 싶은 기억이 아니었다. 대부분 시간은 ‘그’를 쫓아다닌 것도 모자라 ‘그’를 누군가의‘대타’로 삼으며 위안을 얻었다. 송유진은 본능적으로 그 이야기를 숨기고 싶었다. “진짜 별거 없어요. 그냥 평범하게 강의 듣고, 밥 먹고, 기숙사로 돌아가고... 그게 다였어요.” 말을 마친 그녀는 한참을 기다렸지만, 그쪽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점점 초조해졌다. 그녀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결국 입을 열었다. “알았어요. 말할게요.” “좋아. 이제 들어볼까?” 송유진은 살짝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땐 남자 친구가 있었어요.” 그의 쪽에서 갑자기 침묵이 흐르더니, 낮게 깔린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래서?” “근데 그 사람이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결국엔 헤어졌죠.” 한재혁은 비웃듯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지금 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