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장

배도현은 신경질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 속에는 자신에 대한 조롱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역겹다고?” 그는 다시 손을 뻗어 송유진의 얼굴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그의 손아귀는 점점 더 강해졌다. 스스로 분노를 통제할 수 없었고 마치 송유진을 부숴버리겠다는 듯한 힘이 느껴졌다. 송유진은 얼굴에 밀려오는 통증에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지만, 그는 전혀 놓아줄 기미가 없었다. ‘미친놈...’ 참다못한 송유진은 신발을 신은 채 그의 발등을 있는 힘껏 밟아버렸다. “젠장!” 배도현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그녀를 놓았다. 한발 물러선 그는 씩씩거리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송유진, 고양이도 너무 앙칼지면 귀엽지 않아...” 송유진은 그의 말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터질듯한 분노를 쏟아냈다. “꺼져! 배도현, 난 너 같은 놈 좋아한 적도 없어! 너는...” 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배도현이 갑자기 크게 소리쳤다. “닥쳐! 입 다물라고 했지!” 그는 신발장을 거칠게 걷어찼다. ‘쿵!’ 신발장 위에 놓여 있던 화병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송유진은 놀라서 몸을 움츠렸지만, 금세 차분함을 되찾았다. 그녀는 고요한 눈빛으로 폭주하는 그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이제 끝내자. 강희옥에게도, 이 미친놈에게도 더 이상 휘둘리지 않을 거야. 노력해서 돈을 벌면 아빠는 어떻게든 잘 모실 수 있을 거야. 안되면... 엄마한테 부탁할 수밖에...’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단호하게 말했다. “배도현, 우리 사이는 여기까지야. 끝났어.” 그의 눈이 충혈되며 광기가 번졌고 분노에 떨며 포효하듯 외쳤다. “난 동의 못 해! 끝이라니, 내가 끝내지 않았잖아!” 그의 마지막 말은 울부짖음에 가까웠지만, 송유진은 냉담하게 대답했다. “네 동의 따위는 필요 없어.” 그 말에 배도현은 미친 듯 그녀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취소해! 방금 그 말 당장 취소하라고!” 그러나 송유진은 나무처럼 단단히 서 있었고 그의 광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