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0장 그녀를 앗아가다

어느덧 구정이 다가왔다. 이서아는 구정을 조용히 보낼 수 있었다. 섣달그믐날부터 초나흘까지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초닷새가 되는 날 이서아는 신하윤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신랑이 용산 사람이었기에 결혼식도 용산에서 열렸다. 신씨 가문도 돈이 부족하지는 않았기에 몇백억이 넘는 서양식 별장을 사들여 혼수 겸 결혼식장으로 썼다. 신하윤은 어릴 때부터 신강인과 사이가 제일 좋았고 신강인도 이 동생을 끔찍하게 아꼈기에 결혼식 내내 동행했다. 하지만 신강인은 아직 다리를 움직일 수 없었고 혹시나 또 다치기라도 할까 봐 휠체어에 앉아 있어야만 했다. 하여 결국엔 신강우가 신하윤의 손을 잡고 신랑을 향해 걸어갔고 신강인은 아래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신강인 옆에 앉아 있던 이서아는 안경 뒤로 빨개진 신강인의 눈시울을 발견했다. 신하윤은 신강인이 업어서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신하윤의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이날 신강인이 신하윤을 데리고 행진해야 맞았다. 이서아는 결혼식장을 빙 둘러봤지만 오지성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다 한수호가 시야에 들어왔고 옆에 앉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던 한수호가 이서아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이서아와 시선을 마주했다. 이서아는 무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신강인을 놀려줬다. “신강우 씨, 유지호 씨에게 빌려줄 돈은 없으면서 동생에게 서양식 별장을 사줄 돈은 있나 봐요.” “작년 중순쯤에 산 별장이라 같은 시간은 아니에요.” 결혼식이 끝나자 이서아는 신강인을 구석으로 데려갔다. 이서아는 자기가 마실 칵테일 한잔과 신강인에게 줄 주스를 들고 신강인의 옆을 지켰다. “신하윤 씨 남편이 저 사람이었군요.” 이서아가 감탄했다. “말투가 왜 그래요? 평판이 안 좋은 사람이에요?” 이서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평판이 나쁘면 오빠들이 동의나 했겠어요? 특히 교수님은 더더욱 반대했겠죠. 결혼까지 왔다는 게 평판이 좋다는 증명이에요.” 신강인이 웃었다. 이서아의 말이 맞았다. 신하윤이 결혼할 남자를 데려왔을 때 오빠들은 남자의 조상님들까지 샅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