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장 도망 못가거든

도대체 누굴 경계하고 있는지 긴 바지에 긴소매의 잠옷을 입고 있었다. 잠투정이 심하니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단추가 벗겨졌고 쇄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어쩌면 이서아는 잘 모르는 것 같다. 꽁꽁 싸맬수록 그걸 더 찢어 싶어지는 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을. 뭘 저울질하는지 몰랐으나 한수호는 어쨌든 물을 다 마시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한밤중에 추워서 잠에서 깬 이서아는 담요가 떨어져 있는 걸 발견하고선 아예 셔츠를 찾아 입고 다시 담요를 덮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일어났을 때, 이서아는 여전히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래도 씻고 나니 어지러운 느낌이 많이 좋아졌고 욕실에서 나오자 한수호는 이미 아침을 먹고 있었다. 이서아가 물었다. “대표님, 방안에 약은 없겠죠?” 그녀는 만일을 대비해 감기약을 좀 먹고 싶었다. “없어. 필요한 게 있으면 웨이터한테 얘기해.” 한수호는 고개를 들어 이서아를 바라봤다. “멀미해?” 굳이 웨이터를 찾아가는 게 번거로웠던 이서아는 별일 없겠다 싶어 자리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 “됐어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먼저 식사를 마친 한수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창문을 너머의 푸른 바다를 바라보았다. “수영복 챙겼어?” 이서아는 고개를 들었다. “아니요. 수영하시려고요? 여기 바다 아니에요? 해안가랑 너무 멀어서 위험할 것 같은데요?” “바다에서 한가운데서 수영하는 게 좋아. 쉽게 도망 못가거든.” 한수호의 의미심장한 말에 왠지 모르게 긴장된 이서아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수영복 없으면 그냥 아무거나 입어. 이따가 제트스키 탈 거야.” 이서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저 할 줄 몰라요.” “모르면 배워.” 한수호는 표정 변화 없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다들 타는데 분위기 망치지 말고 배워.” “네.” 역시나 불길한 예감은 빗겨나지 않았다. 이서아는 한수호가 자신을 이 크루즈로 데려온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미 반년 넘게 그녀를 비즈니스 연회나 사적인 파티에 데려가지 않았으니까. 뭔가 잘못 된 것같은 이상한 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