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6장 받아들여야 할 것

한수호의 말에 이서아는 발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순간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한수호는 그곳에서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자 이서아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정말로 누군지 알아요?” 한수호는 솔직하게 말했다. “알고 있어.” 이서아는 그를 노려보았다. 임정우는 그 교통사고로 인해 한 달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고 몸도 다쳤다. 그녀는 반드시 배후 주동자를 찾아내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맹세했지만 단서가 전혀 없었다. 자신이 알고 있다고 하는 한수호의 의도를 이서아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정보를 교환하는 조건은 그녀가 그를 병원에 데려가는 것이었다. 이서아는 고민하며 물었다. “한 대표님은 왜 꼭 내가 대표님을 병원에 데려갔으면 하나요?” 손을 들어 입을 가리고 기침을 하는 한수호의 손가락에 있는 결혼 반지가 눈에 띄었지만 이서아는 무표정했다. 한수호가 겨우 말했다. “네가 나와 함께 병원에 가기를 바란다고 하기보다는 그냥 너와 조금 더 함께 있고 싶어서 그래.” 이서아는 서 있었고 그는 앉아 있었기에 그녀는 위에서 아래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입체적인 눈썹과 높이 솟은 코. 그는 분명히 뼈마디까지 차가운 사람으로 원래는 무정한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피곤하고 쓸쓸한 모습이었다. “눈이 그쳤고 얼음이 녹아 길이 곧 통할 거야. 너는 용산으로 돌아갈 것이고 나는 다시 너를 아무리 기다려도 만나지 못하는 상황으로 돌아가야 해. 너와 헤어지기 싫어.” 헤어지기 싫다. 그래서 그녀를 조금 더 남겨두고 싶다니. 정말로 비굴하고 가슴 아픈 말이었다. 그러나 이서아의 마음속에는 파문은커녕 한 점의 물결도 일지 않았다. 그녀는 이 남자가 연기를 통해 감정을 가지고 논다는 사실을 하루 이틀 안 것이 아니었다. 이서아가 그의 제안에 동의하는 이유는 단지 그가 임정우를 해친 배후의 진범을 알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한 대표님이 정말로 내가 모르는 것을 말해줄 수 있길 바래요. 만약 나를 속이려 한다면 한 대표님은 며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