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1장 배려

일주일 동안 별장에 돌아오지 않았던 유지호는 오늘 돌아왔을 뿐만 아니라 평소보다 퇴근 시간도 빨랐다. 그가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자 도우미가 겨울 추위를 머금은 그의 외투를 벗겨주었다. 그는 신발을 갈아 신고 거실로 들어가 카펫 위에서 유모가 연이를 돌보고 있는 것을 보더니 얼굴에 즉시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연이야.” 연이는 눈을 깜빡이며 낯익은 남자에게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유지호는 작은 딸을 안고 소파에 등을 기대고 카펫에 앉아 연이를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그는 아이의 두 손을 잡고 달래듯이 말했다. “아빠, 아빠, 아빠라고 해봐.” 연이는 그저 ‘아, 아’ 라는 무의미한 소리만 냈지만 유지호는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한 글자씩 말했다. “아—빠—” 연이는 여전히 ‘아! 아!’ 라고 옹알이를 했다. “아니야, 아니야. 연아, 내 입 모양을 봐. 아—빠—" “아! 우! 엄마!” 유지호는 놀라며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정유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연이는 지금 ‘엄마’ 라는 말만 뚜렷하게 할 수 있었는데 ‘엄마! 라고 부르며 정유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유리는 연이에게 우유를 타주러 가며 조용히 말했다. “연이 겨우 한 살 반이야. 아직 말을 못해. 너무 무리하지 마.” 유지호는 그녀를 바라보며 습관적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순간 그는 또다시 방탕하고 진지하지 않은 강서의 유지호로 돌아갔다. “그럼 대신 너한테 무리한 부탁 좀 할게. 여보라고 불러줄래?” 정유리는 잠시 멈칫하다가 몸을 굽혀 그의 품에서 아이를 안아가며 감정 없이 말했다. “유지호, 네가 연이로 나를 협박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애초에 네 곁에 남아있지 않았을 거야.” 때문에 그녀가 그를 ‘여보’ 라고 부를 리는 없었다. 그들 사이에는 애정이 없었으니 말이다. 유지호는 여전히 한쪽 다리를 굽히고 바닥에 앉아 손을 무릎에 얹으며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가 능숙하게 아이에게 우유를 먹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눈을 깜빡이기 싫었다. 한 순간이라도 더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