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9장 도울 수 없어

이서아는 방으로 돌아가 전화를 받았다. 전화 건 사람은 유지호였다. 그녀는 부드럽게 말했다. “유 대표님, 무슨 일이세요?” 유지호의 목소리는 밤을 너무 많이 새웠는지 아니면 담배를 너무 많이 피웠는지 약간 쉰 듯했다. “고설아 씨, 지금도 태성에 있나요?” 이서아는 걱정스럽게 한숨을 쉬며 답했다. “네, 맞아요. 우리가 태성에 온 건 정말 실수였어요. 눈이 계속 내리고 멈출 기미가 없어요. 도로도 얼어붙어서 차도 다닐 수 없고 이쪽 대부분 지역이 일시적으로 작업 중단과 휴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언제 정상으로 돌아올지 모르니 업무에 정말로 큰 지장을 주고 있어요.” “그러네요. 우리는 남쪽 출신이라 이렇게 큰 눈은 상상도 못 했어요.” 유지호는 형식적으로 말하고는 잡담을 할 기분이 아니었기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고설아 씨, 지금 제가 무례한 부탁을 하나 드리고 싶은데요.” 그때 김지영이 진한 색과 향기를 지닌 홍차 한 잔을 가져다 주었다. 이서아는 고개를 끄덕여 감사의 뜻을 전하고 한 모금 마신 뒤 약간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네, 뭔가요?” 유지호는 심각하게 말했다. “고설아 씨, 지금 손에 유동 자금이 있나요? 저한테 좀 문제가 생겨서 급히 돈을 빌리고 싶어서요. 차용증도 써 줄 수 있고 이자도 지급할 수 있어요. 연초에 자금이 돌아오면 바로 갚을게요.” “아...” 이서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유 대표님, 얼마나 필요하세요? 제 계좌에 2억 정도는 있으니 급한 대로 보내드릴 수 있어요. 우리 사이에 이자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녀는 이렇듯 대범하게 말했지만 유지호는 침묵하더니 2분 후에야 입을 열었다. “고설아 씨가 움직일 수 있는 자금이 2억밖에 안 되나요?” 이서아는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2억도 부족한가요? 유 대표님, 사고라도 치신 건 아니죠?” “고설아 씨, 농담 마세요. 그냥 자금 자금에 약간 문제가 생겼을 뿐이에요. 곧 해결될 거예요.” 이서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