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7장 진정으로 사랑한 적 없는

이서아가 한수호에게 가장 많은 것을 공유했던 시간은 그가 그녀의 비서였던 3년 동안이었다. 처음 반년 동안 그녀는 무슨 일이 있으면 그에게 이야기했다. 예를 들어 이상한 고객을 만났거나 재미있는 소문을 들었거나 심지어 인터넷에서 웃긴 영상을 봤을 때도 식사 시간이나 단둘이 있을 때 그에게 말했다. 한수호는 거의 반응하지 않았고 그녀가 왜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중에는 이서아도 그런 ‘무의미한' 이야기들을 그에게 하지 않았다. 그 후 그녀는 점점 더 수석 비서처럼 변해갔다. 침착하고 냉정하며 어떤 일도 여유롭게 처리했다. 그리고 한수호가 이서아에게 가장 많은 것을 공유했던 시간은 그녀가 서종시의 SY 그룹에서 일하기 시작하고 그가 그녀를 쫓아가 다시 만나고 싶어 했을 때였다. 그 시절 한수호는 유난히 그녀에게 ‘집착'했고 수시로 이서아에게 메시지를 보내 하루 세 끼 먹은 것과 날씨와 새로운 고객의 뻔뻔함과 오래된 부하 직원의 상식적인 실수 등을 이야기했다. 또 그녀에게 보고 싶다고 말하고 그녀를 ‘순둥아' 라고 다정하게 부르며 전화를 걸어 그녀가 자신을 ‘수호 씨' 라고 부르게 했다. 하지만 그때 그녀는 그를 거의 무시했다. 그들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사랑했지만 진정으로 사랑한 적은 없었다. 서로가 자신을 가장 사랑할 때 이 관계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한수호는 자조적으로 웃으며 폐의 통증이 심장의 통증으로 변했다. 마치 거대한 돌이 심장을 눌러 숨을 쉴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는 전화가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손을 뻗어 문을 두드렸다. 솔직히 말해서 만약 예전이라면 이서아가 다른 남자와 이렇게 친밀하게 있는 것을 보면 한수호는 바로 문을 박차고 들어갔을 것이다. 그녀는 그의 것이었고 누구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를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았고 그녀가 자신을 더 싫어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을 방해하는 것이 그에게 있어 최대한의 화풀이였다. 이서아는 김지영인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