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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장 모욕

두 사람에게 여자는 어디까지나 무료한 인생의 좋은 놀이 같은 존재, 안승원은 한수호가 원치 않은 이해관계에 묶여 결혼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됐고. 일 얘기나 하자.” 커피잔을 내려놓은 안승원은 바로 일 얘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두 사람만의 미팅은 오후 내내 이어졌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밥이나 먹으러 가자.” 안승원, 한수호가 사무실을 나선 순간, 신입 비서가 이서아를 향해 물을 퍼붓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미처 피할 새도 없이 들어온 공격이라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서아의 턱 끝으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무덤덤한 이서아와 달리 정작 가해자인 신입 비서는 울음이 터져 나온 건지 입까지 틀어막고 뛰쳐나갔다. “...” 그리고 그런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서아는 말 없이 티슈로 얼굴을 닦아냈다. 한수호의 새 비서 적임자가 나왔으니 신입 비서는 더 남겨둘 수 없는 상황, 이서아는 바로 인사팀에게 신입 비서를 해고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해고 통보를 받은 신입 비서는 자신이 회사에,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서아에게 버려졌음을 눈치챘다. 진병욱 대표를 배신까지 한 지금, 한수호에게까지 버려지니 화가 치밀어 이서아에게 물세례를 퍼부은 것이었다. 한편, 이런 상황에 이서아가 느끼는 감정은 분노가 아니라 짜증이었다. 한수호의 압박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휴가를 즐길 수 있었을 텐데 한수호가 쑤셔놓은 벌집 정리에 새 비서 선발에 버려진 사람들 처리까지. ‘내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거지?’ 한숨을 푹 내쉬고 일어선 이서아가 탈의실로 향하려던 그때, 문 앞에 서 있는 한수호와 안승원의 모습이 들어왔다. 잠깐 당황한 이서아가 곧 보고를 시작했다. “비서 사건은 제가 이미 처리했습니다.” “이걸 지금 처리라고 하는 건가? 이 비서 겨우 이 정도 능력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어?”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더 유의하겠습니다.” ‘다음은 개뿔. 어차피 일주일밖에 안 남았으니 일단 비위를 맞추는 수밖에.’ 한수호의 차가운 시선이 물에 젖어 속살이 살짝 비치는 셔츠로 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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