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9장 신경이 떨리다

신강우는 무시했다. 그러자 임윤진은 더욱 득의양양해져서 가슴 앞에 팔짱을 끼고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정말 천하다니까요. 오라고 한 적도 없는데 눈치 없이 따라와서 달라붙다니. 그렇게 다른 사람의 수발들고 싶으면 하게 해야죠. 어쩌겠어요. 그런 것밖에 못 하는데.” 방관자인 이서아가 듣기에도 그것은 거북한 말이었다. 임윤진은 눈을 깜빡이며 계속 말했다. “어머나. 소 비서, 오해하지 마요. 난 소 비서를 말하는 게 아니었어요. 양산 좀 펴서 들어줄래요? 햇볕에 탈 것 같아요.” 소윤정은 화장을 해서 안색이 잘 알리지 않았지만 입술은 꼭 다물고 있었다. 그런데 이서아는 소윤정이 임윤진에게 굴욕을 당해서 기분이 상한 것이 아니라 신강우가 그 말을 분명히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심했기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것이라고 느꼈다. 곧 이서아는 고개를 돌려 한수호를 바라보았다. 소윤정은 한때 한수호의 비서였는데 지금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굴욕을 당하고 있는 걸 보고 한수호는 어떤 반응일까? 한수호는 눈썹을 찌푸렸다. 하지만 소윤정이 걱정돼서 눈썹을 찌푸린 게 아니라 이서아 때문이었다. “가슴 보호대를 거꾸로 한 거 아니야?” 그 말에 이서아는 놀라서 내려다보니 확실히 거꾸로 착용한 것 같았다... 가슴 보호대는 심장만 보호하는 한쪽 어깨에만 걸치는 보호대라 왼쪽 어깨에 착용해야 하는데 이서아는 오른쪽 어깨에 착용한 것이었다. “네 심장은 오른쪽에 있어?” 한수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이서아를 도와주려는 듯 곧장 그녀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이서아는 바로 한 발짝 물러섰다. “제가 할 수 있어요!” 너무 예민한 위치였다. 이서아는 재빨리 찍찍이를 뜯어내고 보호대를 벗어서 반대로 착용한 다음 다시 찍찍이를 붙였다. 한수호는 가슴 보호대 옆으로 삐죽 나온 곡선을 보고는 눈을 살짝 감았다. 이서아는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보호대를 조절하고 있었고 소윤정은 이미 양산을 든 채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아무 반항도 없이 임윤진의 뒤에 서 있었다. 이서아는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모든 남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