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1장 그가 나타나다

이때 한수호는 병원에서 소윤정을 돌보고 있었는데 안승원에게서 메시지를 받고는 간단하게 답장을 보냈다. [그래.] 마침 누군가가 전화를 해 휴대폰 스크린 맨 위에 뜬 발신 번호를 보더니 한수호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소윤정은 한수호와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발신자가 백인하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 소윤정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오빠 정말 나쁜 남자네요. 여기 나랑 같이 있으면서 친구를 서아 씨한테 보내서 괜찮은지 확인하게 하고 또 휴대폰으로는 백인하 씨와 연락을 주고받다니.” 한수호는 소윤정을 흘끗 보며 말했다. “그럼 병원에 너 혼자 있어.” 그러자 소윤정은 다급히 한수호의 옷을 잡아당겼다. “여자들은 원래 나쁜 남자 좋아해요. 오빠가 나쁠수록 난 더 매력을 느껴요. 너무 좋아요.” 한수호는 짜증이 난 듯 말했다. “너 아프지도 않으면서 병원에서 시간 낭비할래?” 소윤정은 빈 카카오톡 문자 페이지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기분이 안 좋은 듯했다. “내가 기다리는 전화가 아직 안 와서요. 이따가 그 사람이 전화하면 오빠가 나 도와줘야 해요.” 한수호는 매우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너 정말 심심하구나.” “오빠는 몰라요. 연애하는 여자들은 다 이렇다고요. 다치거나 아프면 남자 친구가 알아주기를 바라고 걱정해 주기를 기다리죠.” 한수호는 그 말을 듣고 이서아가 유산한 다음 혼자 병원에 3날 동안 입원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때 이서아는 한수호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말한 것처럼 이서아가 만약 한수호를 진심으로 좋아했다면 그렇게 큰일이 발생했는데 왜 알리지 않았단 말인가? 그때 한수호에게는 백인하도 없었고 두 사람 사이는 꽤 안정적이었다. 이때 갑자기 소윤정이 말했다. “만약 아무 말도 없다면 희망이 없는 거죠. 그럼 포기해야죠.” 한수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혼자 있어.” 소윤정은 이미 병원에서 하루 종일 있었다. 그 사람이 소윤정의 상황에 대해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 아직 연락이 없는 것을 보면 소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