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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장

하지만 임세린은 몇 발짝 걸어오더니, 뒤에서 날 안았다. “다시 한번 날 사랑해 주면 안 돼?” 내 몸이 살짝 떨렸다.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날 감싸고 있는 임세린의 팔을 힘껏 뿌리쳤다. “괜한 힘 빼지 않아도 돼. 마음이 이미 죽었거든. 네 옆에 계속 있어도 시체랑 다름없어.” 난 씁쓸하게 웃었다. “아니야! 닥쳐! 내 곁을 떠나고 싶어서 이러는 거지? 잘 들어! 넌 평생 내 곁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야!” 임세린은 미친 듯이 뒤에서 날 끌어안으며 내가 아무리 몸부림쳐도 그녀를 떨쳐낼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난 그냥 포기했다. 그리고 그녀가 날 안게 그냥 내버려뒀다. 시간이 1분 1초 지나갔다. 우린 이 자세로 20분을 서 있었다. 몸이 살짝 경직됐는데, 임세린은 전혀 손 놓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세린아, 인제 그만 놔.” 난 힘겹게 고개를 돌리고 친절하게 임세린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의 이런 모습이 날 약간 힘들게 했다. 그렇다고 직설적으로 말하면 우린 또 다툴 것이다. 내 말이 드디어 작용이 생겼다. 임세린은 날 안고 있던 두 손을 천천히 놓아주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머리카락이 흐트러졌다. 난 흐트러진 머리 틈 사이로 빨개진 그녀의 눈시울을 보게 되었다. 마음이 약간 아팠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품에 안았다. 갑작스러운 나의 행동에 임세린은 잠시 당황하더니, 고양이처럼 내 품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날 기대고 있는 그녀는 따뜻하기만 했다. 심지어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간 게 보였다. 마치 내 온도를 탐내고 있는 것처럼. 다만 이해가 가지 않은 건, 내 품을 이렇게 그리워하면서 왜 날 비신한 거지? 왜 날 웃음거리로 만든 거야? 이 대답엔 끝내 대답이 없었다. 왜냐하면 난 임세린에게 물어볼 생각 하지 않았으니까. 그녀의 속마음은 너무나도 깊고 섬세했다. 그래서 알 수가 없었다. 결국 난 임세린이랑 같이 나갔다. 왜냐하면 울어서 빨개진 그녀의 두 눈을 보기 안쓰러워서. 심지어 그녀가 살짝 억울한 표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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