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장
이튿날, 내가 깨어났을 땐, 박겸 집이었다.
몇 번 온 적 있어서 아주 익숙했다.
숙취로 인해 머리가 살짝 아팠다.
난 머리를 흔들고 화장실에 가서 얼굴을 씻었다.
다시 돌아왔을 때, 테이블에 올려진 핸드폰을 발견했다.
어제 의식을 잃기 전에 누가 나에게 전화를 한 것 같았다.
임세린이겠지.
박겸은 바로 내 옆에 있었고, 추재은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내가 그렇게까지 말했는데, 추재은일 리가 절대 없을 것이다.
핸드폰을 들고 기록을 확인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거의 20통이나 되는 부재중 전화가 있었다. 마지막 전화는 새벽 3시에 걸려 온 전화였다.
난 잠시 머뭇거리더니, 임세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벨이 10초도 안 울려는데, 벌써 통했다.
“어제 전화 받은 그 여자 누구야?”
전화가 통하자마자, 난 당황하고 말았다.
무슨 여자?
임세린 무슨 소리하는 거야?
“무슨 여자? 어?”
“모르는 척하지 마. 강주환, 네가 왜 그렇게 기뻐하면서 갔나 했더니, 다른 여자랑 데이트하러 간 거야? 너 똑똑히 설명해 봐!”
임세린의 목소리에서 익숙한 차가움이 전해져 왔다. 하지만 말투는 이상하게 평온했다.
마침 이런 평온함이 오히려 날 불안하게 만들었다.
“박겸 여자 친구야. 어제 길에서 만났어. 그래서 같이 밥 먹은 거야.”
내 말이 끝나자, 임세린 쪽에 소리가 없어졌다. 한참 동안 대답이 없는 걸 보니, 아마 내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단하고 있는 듯 했다.
나도 별 상관 없이 그냥 조용히 기다렸다.
“너 지금 어디야?”
“박겸 집.”
난 그녀를 속이지 않았다. 속일 것도 없었다.
왜냐하면 박겸 집에서 오래 있을 생각도 아니었으니까. 결국엔 내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어제 만약 박겸을 만나지 않았다면 난 지금 집에 있었겠지.
“주소 나한테 보내. 내가 데리러 갈게.”
임세린의 차가운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 전해져 왔다. 그리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난 문자로 임세린에게 주소를 보내고 핸드폰을 거두었다.
“강주환, 깼어? 어제저녁에 네가 너무 깊이 잠들어서, 임세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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