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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장

박설아가 날 싫어하는 태도랑, 거의 적대시하는 우리 둘의 관계, 어쩌면 육세훈도 안에 끼워줄 수 있겠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이 일은 그냥 이렇게 지나갔다. 나와 임세린에게 끝없는 다툼을 가져다주는 것 외에, 이 일은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그래서 난 결국 포기하고 박설아가 붙여준 악명을 달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약간 짜증이 났다. 심지어 분하기도 했다. 지난번에 이런 느낌이 들었을 때가 아마 육세훈이랑 싸웠을 때였다. 난 끝까지 싸우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손해 본 건 나였다. 어쩌면 임세린까지 포함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고통스럽게 눈을 감았다. 힘이 빠졌다. 임세린한테 선택받지 못한 무기력함, 그리고 혼자 이 불빛이 반짝이는 야경을 감상하는 외로움이 순간 마음에 치밀어 올랐다. 내 정서가 무서울 정도로 저조하다는 걸 발견했다. 내 우울증이 발병할까 봐, 얼른 안 주머니에서 약을 꺼내먹었다. 잠시 전정하고 나니 좀 좋아졌다. 그제야 길옆에서 택시 한 대 잡았다. “말 좀 해 봐. 강주환, 네 생각과 요구를 얘기해 봐. 우리 얘기 좀 해. 너무 심한 요구만 아니라면 다 들어줄게.” “내가 돌아간 다음에 얘기하자. 이번 일은 그냥 없던 걸로. 더 이상 얘기할 것도 없으니까.” 택시 뒷좌석에 앉은 나는 먼저 기사에게 내 목적지를 말했다. 그리고 임세린에게 이 말을 한 후, 전화를 끊어버렸다. 핸드폰과 약을 챙겨둔 난, 눈을 반쯤 감고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난 육세훈과 박설아의 상대가 아닌 것 같았다. 왜냐하면 임세린은 내 말을 거의 믿지 않으니까. 이 점은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임세린이 나에 대한 의심은 거의 뼛속까지 새겨진 정도였다. 우린 전혀 부부 같지가 않았다. 내가 자신을 비웃고 있을 때, 어느덧 집 앞까지 도착했다. 택시비를 지급하고 몇 걸음 가지 않아, 초인종을 눌렀다. 문을 연 사람은 도우미였다. 집에 도우미 말고 아무도 없었다. 박설아도 없고 임세린도 없는 거 보니, 아직도 회사에 일하고 있을 것이다. “주방에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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