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장
최근에 임세린을 상대하는데 내 모은 정력을 쏟아부었기에 외모를 관리할 시간이 없었다.
오늘 임세린과 함께 육세훈을 만났을 때도 이런 꼬락서니로 갔었다.
아마 육세훈이 오늘 나를 무시했던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인 것 같았다.
자기 인생을 살면서 기본적인 태도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잘 살고 있을 리가 없었다.
임세린과 합의서를 쓴 덕분에 드디어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난 면도칼로 수염을 정리하고 미용실에서 나한테 어울리는 머리를 깎았다.
내 피부는 수면 부족과 각종 몸을 해치는 행위 때문에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하여 내일 간단한 화장을 하려고 메이크업도 예약했다.
그리고 전에 입었던 슈트를 찾았지만, 예전에는 딱 맞았던 슈트가 지금은 조금 헐렁하여 불편했다.
짧은 시간 동안 갑작스럽게 살이 이렇게 많이 빠진 이유는 나도 몰랐다.
설마 완벽하지 않은 사랑이야말로 가장 효과 좋은 다이어트 약이란 말이 사실이었나?
난 가볍게 웃었고, 지금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예전의 강주환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그 사람은 밝고 잘 생겼으며 얼굴에는 항상 젊은 사람만 가지고 있는 생기가 흘러넘쳤고 키가 큰 편은 아니지만 몸이 튼튼했다.
하지만 지금, 내 기억 속의 나 자신과 거울 속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그 사람의 얼굴에는 핏기가 없었고, 너무 야윈 탓에 광대가 조금 튀어나왔으며 눈가는 움푹 파였다. 머리는 정리하고 나니 많이 좋아졌지만, 비실비실한 몸집은 바람이 불면 쓰러질 것 같았다.
난 나 자신을 잃어버렸다. 아니, 예전의 나를 잃어버렸다.
사실 이 말은 정확한 말이 아니었다. 내가 자신을 잃어버린 이유는 임세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난 넥타이를 정리하며 거울 속의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사람은 정말 짧은 시간 내에 다른 한 사람을 바꿀 수 있었구나.’
그리고 지금의 내가 대체 어떤 모습인지 보려고 옷을 벗었다.
내 저녁 식사는 라면이었다.
임세린이 주방 출입을 금지했기에, 이 라면은 아줌마가 끓인 거였다.
난 라면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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