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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장

“가자, 손님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 되지.” 고정태는 제자를 재촉하고 차창을 올렸다. 고정태의 차가 앞에서 달리고 고아라가 뒤에서 따라갔다. 고아라의 차는 고정태의 차보다 성능이 좋지 않아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 “몇십 살이나 먹은 노인네가 빠르기도 하네. 내가 돈만 벌면 페라리 스포츠카를 사서 따라잡아야지.” 고아라가 작은 소리로 푸념했다. 자신이 페라리 스포츠카를 살 수 있을 만큼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고아라의 미래가 어떠한지 고정태는 맞추지 못했다. 그리고 고정태가 맞추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고아라의 눈에서 자신의 사부님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부님이지만 반면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사부님이기도 했다. 따르릉... 고아라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당연히 또 김수철의 전화인 줄 알았지만 화면에는 이은비의 이름이 떠 있었다. 정말 필요한 용건이 아니라면 이은비는 먼저 전화를 걸지 않는 성격이었다. 고아라는 다시 차의 속도를 낮추고 이은비의 전화를 받았다. “은비야, 무슨 일이야?” “너 아직 시내에 있어?” 그러자 고아라가 대답했다. “응. 사부님 일이 아직 안 끝나셔서 아직은 시내에 있어.” “저녁에 시간 괜찮으면 같이 식사할 수 있을까? 나도 고 사부님께 부탁하고 싶어서. 요즘 이틀 내내 계속 할머니 꿈을 꾸고 있는데 할머니가 내 침대 앞에 서서 맨발에 속옷만 입고 화내면서 나한테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은데 무슨 말인지 들리지 않아.” “매일 새벽까지 야근하면서 또 이런 꿈까지 꾸니 수면도 안 좋고 정신이 안 들어서 오늘은 벌써 커피를 두 잔이나 마셨어.” 이은비의 말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역시 커리어 우먼은 쉽지 않은가 보다. “할머니라면... 저녁에 사부님을 모시고 너희 집으로 갈게.” 고아라의 말을 들은 이은비는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래, 오기 한 시간 전에 얘기해주면 회사에 얘기하고 집에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알았어.” 고아라도 흔쾌히 대답했다. 정금자가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고아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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