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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장

정금자는 속옷만 입고 맨발로 소파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얼굴에는 분노와 슬픔이 가득했지만 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고아라는 고정태를 도와 종이를 자른 적이 많았기에 손놀림이 매우 익숙했고 빨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아라는 옷을 잘라냈고 이은비를 불러 정금자의 이름을 물어 옷에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고정태에게 종이돈을 받아 종이옷과 함께 이은비에게 건넸다. “가서 상자를 하나 찾아와. 이 물건들을 태워서 할머니가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해. 너는 할머니 자손이니 네가 태우면 금방 받으실 수 있을 거야.” “어떤 상자?” “철통이면 좋아. 철통은 태워지지 않으니까. 그리고 종이를 태울 때 바닥을 더럽힐 수도 있어서.” 고아라의 말을 들은 이은비는 서랍에서 철통 하나를 꺼내 건네면서 말했다. “쿠키를 샀는데 아직 두 개가 남았어. 일단 이걸로 하면 될 것 같아.” 고아라는 철통을 받아들며 이은비에게 나가서 기다리라고 말했다. “지금 사부님께서 할머니를 보내드리는 의식을 하실 거야. 잘 보내드리면 매일 여기서 네 꿈에 나타나지도 않으실 거야.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너에게도 할머니에게도 좋지 않아.” 그러자 이은비가 걱정하며 물었다. “우리 할머니가 다치시진 않겠지?” 그 말을 들은 고정태가 되물었다. “고 사부님이 하는 일인데 마음이 안 놓이는 거야?” 이은비가 부끄럽다는 듯 말했다. “고 사부님, 저는 사부님을 백 퍼센트 신뢰합니다. 당장 나갈게요.” 고정태는 조개 마을에서 촌민들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고 있었다. 이은비가 나가자 고아라는 정금자에게 누구에게 괴롭힘을 당했는지 물었다. 이은비가 태워 보낸 옷을 받아 입은 정금자는 고아라의 말에 다시 분노에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소라 마을 은정이 할아버지인데 내 새집 아래에 살고 있어. 나를 괴롭히고 욕설을 퍼붓는 것도 모자라 내 물건까지 뺏어갔어! 그리고 내 신발은 강에 던져버렸어!” “내 옷은 다 뺏어서 위에 사는 할머니한테 줬어. 그 할망구 나보다도 나이가 만던데 보통 사이가 아닌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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