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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장

손지희가 제 귀를 의심하며 허민주를 바라봤다. “차재욱 좋아해 너?” “그 사람이 차재욱이야? 어쩐지 잘생겼다 했어, 우리 오빠처럼 유명하다던 그 남자구나. 이런 완벽한 남자를 왜 강서현한테 내줘야 돼? 나 정도는 돼야지.” “근데 애도 둘이나 있어, 차재욱이 강서현한테 헌신하는 것도 봤지. 끼어들긴 쉽지 않을 거야.” “애 있는 게 어때서, 결혼만 안 하면 기회는 누구한테나 열려있는 거지. 언니랑 오빠 일만 잘 마무리 되면 나도 움직일 거야.” 허민주가 이토록 마음 쓰는 남자는 차재욱이 처음이다. 늘 오빠 밖에 없다며, 결혼도 하지 않고 평생 오빠랑 살거라고 했었다. 그땐 세상에 오빠만큼 완벽한 사람이 없어 보여서 말이다. 그런 그녀에게 차재욱은 첫 설렘의 대상이었다. 고로 절대 포기할 순 없다. 강서현은 집에서 딱 하루 쉬자마자 바로 출근길에 올랐다. 곧 기말 시험에, 끝나면 올림피아도 국제 대회. 그 사이에 디자인 대회 작품도 계속해 준비해야 했다. 문득 이런 바쁜 삶이 절 피곤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외려 활력으로 차넘치게 해준다는 걸 느꼈다. 시험 마지막 날, 드디어 한숨 돌린 강서현이 교무실로 들어오자마자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강 선생님, 딸이 오늘 피자 먹고 싶다는데 와줄 수 있을까?] 밑엔 반짝반짝 빛나는 눈의 곰 이모티콘도 함께였다. 서현은 저도 모르게 픽 웃음을 흘렸다. 콩이가 이모티콘 사용법을 알려준 뒤로, 차재욱은 어디서 이런 걸 구해오는지 틈만 나면 이모티콘을 보내온다. 귀여우면서도 그 뜻은 묘한 것들로만 말이다. [오늘 마지막이라 평소보다 일찍 끝나, 내가 애들 데리고 회사로 갈게.] [그럼 우리 가족들 방문 기대할게.] [이모티콘들은 다 어디서 난 거야, 동료가 나더러 보내달래.] [그건 안되지, 내가 널 위해서 특별 제작한 거라고. 우리 두 사람 전용이니까 아무도 못 줘.] 강서현의 얼굴에 씁쓸함이 어렸다. 차재욱이 4년 전에도 했던 말이다. 그땐 제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인 줄 알았다. 결국 배신 당할지도 모르고. 다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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