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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장

머지 않은 곳의 손지희는, 두 남자가 강서현을 위해 자칫 싸움을 벌일 뻔한 모습을 보게 된다. 그 대단한 강남 황태자와 경성 도련님이 대체 왜 강서현을 저리도 감싸지 못해 안달인가. 정작 허성빈은 약혼자인 그녀에겐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울화가 치민 손지희는 살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곁에 있던 그녀의 친구가 먼저 한마디 했다. “불여우야 아주, 차재욱 하나로는 모자라서 이젠 이사님까지 가로채려 들어? 지희야 걱정 마, 우리가 꼭 화풀이 해줄게.” 손지희는 질투심을 가까스로 억누른 채 담담히 입꼬리를 들었다. “그러지 마, 우리가 생각하는 게 아닐 수도 있잖아.” “지희야, 넌 너무 착해서 문제야. 그러니까 강서현이 네 머리 꼭대기까지 기어오르려 하지. 우리가 절대 가만 안 둬.” 그 뒤, 친구는 웨이터에게 손짓을 하더니 은밀하게 귓속말을 전했다. 허성빈은 그새 강서현 곁으로 와 다정한 눈길로 여자를 바라봤다. “녹차 케이크 먹어볼래요?” 강서현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제가 이거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아세요?” 남자가 차재욱을 향해 눈썹을 삐딱하게 들어 올렸다. “그래요? 저랑 서현 씨는 취미에 입맛까지 같네요. 차 대표님, 이거야말로 인연 아닌가요?” 차재욱이 아랑곳하지 않고 픽 웃었다. “아들도 녹차 케이크 좋아하는데 그 논리대로라면 이사님은 우리 아들이랑도 닮았네요.” 허성빈에게서 케이크를 홱 낚아챈 그가 포크로 한 조작을 베어 강서현에게 건넸다. “아들이 효도하겠다는데 우리가 체면 살려줘야지, 먹어봐.” 강서현이 기가 막혀 눈을 부라렸다. “그만해, 나 이사님이랑 할 일 있어.” “무슨 일? 허 이사가 도울 수 있는 거면 나도 충분히 해.” “넌 디자인에 대해서도 모르잖아. 3개월 뒤면 국제 대회야, 난 아직 해결 못한 문제들이 한가득이라고. 소원권 쓰고 싶으면 옆에 잠자코 있어 제발 어?” 강서현의 눈에도 허성빈에 대한 차재욱의 적대심이 훤히 보인다. 그러니 이럴 때엔 약속을 앞세워서라도 그를 묶어둬야만 한다. 역시나 그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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