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1장
멍하니 차재욱이 보낸 문자를 바라보는 강서현이다.
함께 했던 4년, 그들에게 정식 데이트 같은 건 없었다.
아울러 차재욱 역시 남편 신분으로 그녀를 데리고 행사에 참석한 적이 없다.
한때 서현의 가장 큰 소원은, 평범한 부부처럼 데이트를 하며 그와 외식을, 쇼핑을, 영화를 함께 보는 거였다.
이젠 그 소원이 눈앞에 떡하니 있는데도 전혀 흥미가 생기질 않는다.
어디 그 뿐인가, 이상하리만치 거부감까지 들었다.
그래도 손으론 키보드를 두드렸다.
[좋아.]
고작 두 글자에서도 차재욱은 희망을 보아냈다.
[내일 저녁엔 애들 본가로 보내라고 할게, 우리끼리 분위기 있는 저녁 먹자.]
고개를 들어 강서현을 바라보는 차재욱의 눈가에선 행복이 넘치다 못해 흐를 정도였다.
다가갈 기회만 준다면 분명 강서현의 마음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을 거다.
입매를 당겨 웃은 그가 이젠 가서 자라는 시늉을 해보였다.
강서현 방의 불이 꺼진 뒤에야 차재욱은 비로소 제 방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오후 내내 이어진 회의를 마치고 회의실에서 나온 강서현의 앞에, 커다란 꽃다발을 든 차재욱이 나타났다.
짙은 회색 셔츠에 검정색 바지, 그 위에 검정색 트렌치코트를 걸쳐 입었다.
한 손을 주머니에 척 넣은 모습이 고상하면서도 멋졌다.
윤곽이 선명한 그 이목구비는 어스름한 노을빛에 유난히도 입체적인 미를 뽐냈다.
지나가던 교사들의 이목도 집중됐다.
그 중 한 교사가 선뜻 다가왔다.
“선생님, 어느 학생 아버님이세요? 제가 도와드릴 거라도 있을까요?”
차재욱이 강서현을 향해 턱을 까딱 움직였다, 입가엔 알듯 말듯 한 미소가 어려있었다.
“아니요, 여자친구 퇴근하는 거 기다립니다.”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좌중의 시선이 강서현에게 쏠렸다.
“어머 강 선생, 자기 남자친구야? 너무 잘생기셨다.”
“그거 몰랐어? 영재반 차현승 아버님이시잖아, 강 선생님 전남편이신데 다시 재결합했나 봐.”
“당연하죠, 어제 강 선생님 잡으시려고 비장의 카드까지 꺼내셨잖아요. 저는 왜 저런 일편단심인 남자를 못 만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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