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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말을 마친 그녀는 허리를 굽혀 콩이를 품에 안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차갑게 굳어졌던 그녀의 표정은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그녀는 콩이의 볼에 뽀뽀를 하며 말했다. “미안해. 콩이야. 엄마가 널 놀라게 했어. 하지만 엄마가 너에게 알려주고 싶은 건 네가 아무리 약해도 불공평한 대우에 직면했을 때, 힘껏 저항하고, 다른 사람이 너를 짓밟게 내버려두지 말라는 거야. 알겠어?” 그 말에 콩이는 알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작고 포동포동한 손으로 강서현의 뺨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두 사람의 이런 훈훈한 모습에 차재욱은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누군가 콩이를 벙어리라고 욕하고, 콩이의 사진을 짓밟는 것만 생각하면 가슴 깊은 곳에서 참을 수 없는 통증이 느껴졌다. 그는 자신이 강서현을 배신한 것 때문에 강서현이 그동안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콩이에게 이토록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강서현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 건가? 이런 생각에 차재욱은 옆에 늘어뜨린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러더니 냉담한 표정으로 뒤에 있는 윤범길을 쳐다보았다. “잘못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배후에서 이 일을 조종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봐. 알아내지 못한다면 강진 그룹에서 퇴사할 각오를 하는 게 좋을거야.” 그 말에 윤범길은 깜짝 놀라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고개를 숙이고 바로 대답했다. “네, 대표님. 제가 꼭 진실을 밝혀내겠습니다.” 그렇게 교실에서의 난동은 이렇게 끝이 났다. 강서현은 빨갛게 부어오른 손과 얼굴로 강단에 서서 수업을 시작했다. “선생님 때문에 수업에 지장을 줘서 미안해. 나도 앞장서서 때렸으니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 하지만 선생님이 말하고 싶은 것은 선생님은 비록 사람을 때렸지만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우리는 모두 독립적인 개인이며 서로를 존중해야 해. 다른 사람에게 모욕당했을 때, 우리는 반드시 반격할 줄 알아야 해. 다른 사람이 괴롭히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무기로 자신을 보호할 줄 알아야 해. 사람으로서 착하고 올바른 마음을 유지해야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인격이 다른 사람에게 짓밟히지 않도록 보호해야 할 의무도 있어. 이건 자신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야. 난 앞으로 너희들이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자신을 위해 용기있게 반격했으면 좋겠어.” 그녀의 말은 학생들의 열렬한 박수를 불러일으켰다. 모든 친구들은 그녀에게 존경의 눈길을 보냈다. 차현승만 제외하고. 그는 강서현이 콩이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부모에게 공개적으로 분노하는 것을 목격했었다. 게다가 진이나를 끌어들이기도 했었다. 어제는 그가 다른 사람을 엄마라고 불러도 아랑곳하지 않더니, 오늘은 자기 딸 때문에 다른 사람과 싸우다니… 차현승은 강서현이 얼마나 편파적인지 사람인지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한편, 강서현은 조금 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수업 내내 즐겁게 강의했었다. 이런 그녀의 모습에 반 친구들은 너도나도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수업이 끝난 후, 강서현은 콩이를 데리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발견하게 되었다. 차재욱은 그녀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서 그녀에게 연고 하나를 건네주었다. 그런 그의 표정은 도무지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소염제야. 조금만 발라도 금방 나을거야.” 하지만 강서현은 그저 가볍게 미소만 지어보였다. “약혼녀 대신 사과하려고 온 거야? 만약 그렇다면 이만 돌아가. 난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니까.” 가시 돋친 듯한 그녀의 말에 차재욱은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방금 알아봤더니 진이나가 학부모들을 부추겨서 네가 이 학교를 그만두게 하려고 지시한 거라고 했어. 진이나한테 다시는 학교에 찾아오지 못하게 막아놓았어. 앞으로 현승이의 일은 전부 내가 처리할 거야. 그리고, 네가 진이나를 어떻게 처리하든지 마음대로 해. 난 아무 의견이 없으니까.” 그 말에 강서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경고하는데, 만약 진이나가 다시 나를 건드린다면 다음에는 반드시 그녀를 법정에 세울 거야.” 차재욱은 약병을 비틀어 뚜껑을 연 다음 강서현의 손을 잡아당겼다. “다시는 진이나가 너한테 상처주지 않도록 할게. 자, 일단 약부터 발라.” 말을 마치고, 그는 강서현의 손에 연고를 발라주려고 했다. 하지만, 강서현은 힘껏 팔을 빼냈다.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한껏 미워하는 얼굴이었다. “차재욱. 예전에는 진이나의 방패막이로 삼을 목적으로 나를 옆에 두더니, 지금은 왜 나한테 다가오는 거야? 도대체 목적이 뭐야? 설마 진이나가 우리 사이를 오해해 나와 내 아이를 공격하길 바라는 거야? 당시 강진 그룹이 보육원 아이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아서 덕분에 대학까지 입학할 수 있었다는 거 잘 알아. 하지만 나도 그 은혜를 갚느라 많이 노력했었어. 당신이랑 4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하면서 목숨을 걸고 아이까지 낳았는데 이 정도면 빚을 갚기엔 충분하지 않아? 만약 부족하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당신들 강진 그룹에게 빚진 은혜를 갚을 수 있는지 알려줘. 난 이번 생에 당신들이랑 절대 얽히고 싶지 않아.” 이 말에 차재욱은 몸속 신경 하나하나가 끊어지는 듯한 충격을 받게 되었다. 문득 과거의 한 장면이 마치 영화처럼 그의 뇌리에 아른거렸다. 강서현이 가정을 정성껏 돌보는 장면도 있었고, 그와 아들을 사랑으로 감싸고 있는 장면도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차재욱을 위해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다른 사람과 같이 술을 마시는 장면까지. 심지어 분만실에 가서도 그녀는 계속 자신과 아이는 별 문제가 없을 거라고 그를 위로하고 안심시켰었다. 이렇게 온 마음을 다해 가정을 정성껏 돌보고 모든 사랑을 쏟아부었던, 차재욱을 열렬히 사랑했던 그녀는 차재욱으로 인해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강서현은 이제 더 이상 혼인을 믿지 않게 되었고, 그에겐 여전히 그녀가 필요하다는 것을 믿지 않게 되었다. 이런 생각에 차재욱은 고통스러운 듯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강서현. 예전의 일은 정말 미안해. 난 그저 그때의 잘못을 보상하고 싶을 뿐이야, 오해하지 마. 너를 다치기 할 마음은 없으니까. 그저 너를 돕고 싶었어.” 하지만 그의 말에도 강서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호의는 고맙지만, 당신 호의는 필요 없어. 제발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줘. 오늘 일은 당신 때문에 일어난 거야. 난 앞으로 똑같은 일이 벌어지는 걸 원치 않아. 그러니까 어서 돌아가. 난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말을 마친 그녀는 문을 열고 차재욱에게 이만 나가라고 손짓했다. 차재욱은 콩이를 한번 쳐다보았다. 마침 콩이 역시 큰 눈을 깜박이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작은 입을 삐죽 내밀고 있는 콩이의 모습은 어딘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는 몸을 웅크리고 앉아 콩이의 볼을 꼬집으며 조용히 말했다. “오늘 네가 욕을 먹은 건 다 아저씨 잘못이야. 아저씨가 돌아가서 그 나쁜 사람들을 벌해 줄게. 그럼 아저씨를 용서해 줄 수 있어?” 콩이는 강서현을 슬쩍 쳐다보고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콩이의 모습에 차재욱은 가슴이 더욱 아파왔다. 그는 콩이를 살짝 안은 뒤 작은 목소리로 작별 인사를 고했다. “그럼 아저씨는 이만 가볼게.”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강서현을 바라보았다. “너를 다치게 한 사람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갈게, 약을 꼭 바르고.” 말을 마치고, 그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방의 문이 굳게 닫히는 순간, 강서현은 온몸에 힘이 쭉 빠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는 오늘 일은 그저 시작에 불과하며, 차재욱은 진이나를 벌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진이나는 점점 더 날뛰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진이나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차재욱 앞에서 자살 시도를 한다면 손쉽게 차재욱을 제압할 수 있었다. 강서현은 그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콩이의 병이 빨리 호전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래서 콩이를 데리고 이곳을 떠날 것이다. 그래야만 두 모녀가 편안하게 살 수 있었다. 이런 생각에 강서현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손에 들고 있던 진통제를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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