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장

백은서는 어젯밤에 여민석과 밤을 보낸 사람이 유소정이라는 것을 생각만 해도 그녀를 죽이고 싶었다! "석아, 괜찮아. 억지로 따라오게 하면 우리가 무례한 사람으로 보이잖아." 백은서의 애교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민석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백은서를 쏘아봤다. 유소정은 바로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아. 두 사람과 같이 밥 먹는 것도 내 영광이지." 그냥 밥만 먹는 건데 두려워할 것 없지. "그럼 나도 함께." 차한빈이 바로 매너있게 입을 열었다. 백은서와 여민석의 시선이 동시에 차한빈한테 집중되었다. 마치 지금 유소정을 감싸는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처럼 말이다. 유소정은 차한빈에게 감사의 미소를 보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여민석에게 있어 도발이었고 두 사람이 얼마나 잘 어울리나 보라고 하는 자랑처럼 느껴졌다. "그럼 우리 먼저 쇼핑하러 가자." 여민석의 불편한 감정을 느낀 백은서는 바로 그를 끌고 쇼핑몰 안으로 들어갔다. 유소정과 차한빈은 두 사람 뒤를 따라 걸어갔다. 차한빈은 유소정의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고 걱정스러워하며 말했다. "소정 씨, 괜찮아요? 힘들면 저한테 기대요." 방금 전에 유소정이 차한빈과 팔짱을 끼고 있는 장면이 보인 건 유소정이 넘어질 뻔해서 차한빈이 부축여 함께 밖으로 나가려던 참이었던 것이다. "괜찮아요." 유소정은 손을 거두었다. 그녀가 계속해서 차한빈의 팔에 손을 올려놓는다면 그리고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사진이라도 찍으면 입이 열 개라도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민석은 백은서와 앞서서 겉고 있었지만 계속 뒤의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신경쓰였다. 그런데 두 사람의 말소리가 너무 작아서 기뻐하는 분위기가 살짝 느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들리지 않자 여민석의 얼굴은 더 어두워졌다. 백은서는 여민석의 변화를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드레스를 고를 때에도 여민석의 정신은 계속 딴 곳에 있었다. 유소정을 요청한 자신의 행위에 백은서는 약간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없었다면 최소한 여민석은 자기한테 집중을 할텐데 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