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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장

"아직도 나한테 마음이 있는 거야?" 여민석은 담담하게 시선을 돌렸다. 유소정은 그의 매정한 얇은 입술을 바라보면서 이해를 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뭐?” “너도 참 애쓰네. 새벽 두세 시에 직접 죽이나 만들고.” 여민석의 입가에는 조롱하는 듯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는 재빨리 그릇에 담긴 보기도 싫은 죽을 먹고는 일어서서 그녀를 쏘아보았다. “너 남자 없이 못살아? 남자 친구한테서 전화가 오면 지금이라도 바로 달려가겠네?” 조롱이 사정없이 그의 입에서 뱉어졌다. 날카로운 말에 유소정은 멈칫했다. 그리고 말도 안 된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이 새벽에 일어나 죽을 만든 것도 분명히 지가 서욱한테 명령을 내린 거 아닌가? 위병으로 앓아누우면 어르신께서 마음 아파하시니까 직접 온 것뿐인데? 유소정은 도시락을 치우고 쓰레기통에 넣었다. 그리고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말했다. “너 말이 맞네, 난 남자 없이는 살지 못하겠어. 나중에는 한밤중에 개한테 물려도 상관하지 않을게.” “그리고 내 남자 친구 사이의 일에는 신경 좀 꺼주시지? 걔랑 난...” 순간이었다. 여민석은 큰 손으로 그녀의 가녀린 목을 잡아 그녀를 강제로 그와 눈이 마주치게 했다. 여민석은 인상을 쓰면서 말을 이었다. “다시 한번 말해봐.” “어느 구절?” 유소정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여민석의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깊고 날카로운 눈빛은 칼처럼 그녀의 살을 한 겹 한 겹 베어내는 것만 같았다. 유소정은 그의 흔들리는 눈동자와 눈을 마주쳤다.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유일한 두려움도 한순간 사라져버렸다. “여민석, 먼저 시비를 건 것도 너 아니야? 난 좋은 마음으로 약에 죽에 다 갖고 왔는데 꼭 이렇게 말을 해야겠어?” 유소정은 말을 하면서 새어 나오려는 눈물을 애써 꾹꾹 눌러 참았다. “그리고 남자 친구 말이야. 왜, 넌 첫사랑에 소꿉친구도 있는데. 난 하나 더 있으면 안 되는 거야?” 마지막 말은 그때 병원 뒤 야시장에서, 성경진이 고백을 할 때 맹수처럼 뛰어왔던 여민석에게 똑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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