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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장

모든 것은 징조가 있었던 것 아니던가? 백은서가 돌아온 후부터, 그녀가 여민석과 이혼도 하기 전부터 이미 이 모든 비극이 일어나기로 돼 있지 않았던가? 그녀는 순진하게 아이가 생기면 여민석이 아이의 생물학적 아버지일 뿐이더라도 아이가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충분한 사랑을 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성안병원. 여민석은 얼음주머니를 들고 부드럽게 백은서에게 얼음찜질을 해주었는데 얇은 입술을 꽉 깨문 채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포스를 풍겼다. 백은서는 병원에 오는 동안 몇 번이나 입을 열려고 했지만 여민석은 내내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와 말을 섞고 싶지 않은 듯했다. “딩동.” 여민석은 휴대전화를 꺼내 힐끗 보더니 얼음주머니를 그녀의 손에 건네주었다. “전화 좀 받고 올 테니 여기서 기다려.” “석아, 나...” 백은서는 눈빛을 반짝이며 여민석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여민석은 이미 가버렸다. 백은서는 어금니로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오늘 자신이 너무 심하게 했다고 생각했다.이건 그가 안정감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었지만 이런 비난의 말을 그녀는 감히 하지 못했다. 여민석은 멀리 가서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야! 너 와이프 생사에 전혀 관심이 없는 거야?” 구정혁은 전화기 너머로 낄낄거리며 말했다. “유미오가 죽든 말든 신경 안 쓰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여씨 가문의 체면도 상관없어? 내 우상이 너 같은 남편이 있다는 건 정말 재수 없는 일이야.” “소정이가 너 같은 제비 남편을 가졌더라면 행복했을까?” 여민석이 어두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와 구정혁은 어릴 적부터 서로의 비밀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였다. 그가 구정혁에게 말하지 않은 유일한 것은 그의 아내가 유소정이라는 것이다. 이건 말할 가치조차 없는 일이다. 그의 아내는 백은서일 뿐일 테니까 말이다. “당연하지! 내 전 여자친구들 좀 봐... 쿨럭! 무슨 말 하는 거야!” 구정혁은 하마터면 전화를 건 용건을 잊어버릴 뻔했다. “장민을 해쳐서 이 사건을 계획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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