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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민석아, 집에 강도가..." 유소정은 커튼 뒤에 몸을 웅크린 채 휴대폰을 꽉 붙잡으며 말했다. 밖에서 남자 세 명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유소정은 숨이 꽉 막히는 것 같았다. '여민석, 제발 나 좀 살려줘. 우리 아이 지켜줘." 유소정은 오늘이 결혼 3주년이라며, 서프라이즈가 있다고 여민석에게 미리 알려주었다. 그러나 여민석이 집에 돌아오기도 전에 건장한 남자 세 명이 먼저 쳐들어왔다! 유소정은 겁에 질려 몸이 싸늘하게 굳어버렸지만, 애써 침착하게 피했으나 결국 2층의 다용도실에 몰렸다. "또 무슨 짓을 하는 거야?" 휴대폰에서 남자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석아, 정말 강도가... 뚝..." 유소정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여민석은 통화를 종료했다. 유소정은 줄곧 임신 4주 차 결과지 한 장을 꽉 쥐고 있었지만, 통화 종료음이 들리자 힘이 풀린 듯 툭 놓아버렸다. "미친X!" 유소정이 생각도 하기 전에 흉악한 남자가 들이닥쳐 머리를 쥐어 잡고 유소정을 들어 올렸다. "잘도 숨어다니네!" 유소정은 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팠고,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침대에 내던져졌다. 그러자 건장한 남자 한 명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지퍼를 내렸다. 옆에 있던 동료는 여전히 망설이는 듯 남자를 슬쩍 당겼다. "뭐가 무서워? 얘가 무슨 진짜 사모님이야? 여민석이 일 년에 몇 번이나 집에 들어오는데? 서울에 얘가 여씨 집안 사모님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있어? 별장 봐봐, 아무도 없잖아." 건장한 남자는 비웃으며 대놓고 조롱했다. 유소정의 입안에는 피비린내가 가득했다. 그렇다. 유소정은 저택에 무단 침입한 강도조차 멋대로 조롱할 수 있는 '사모님'이었다. 그 건장한 남자는 말을 마친 후, 잭나이프를 꺼내 유소정의 옷을 조금씩 건드리기 시작했다. 유소정은 움직일 힘조차 없는 듯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건장한 남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유소정은 맑고 빛나는 두 눈에 피부가 너무 연해 조금 전 때린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어 살색이 더욱 하얘 보였다. 높은 콧대와 앵두 같은 입술은 거의 예술이었으며,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을 바라보니 정말 매력적이었다. 여씨 사모님의 이런 모습도 보게 되다니... 역시 일을 맡은 보람이 있다니까. 순간, 유소정은 갑자기 몸을 일으켰고 칼끝은 그대로 가슴팍에 꽂혀 피가 뿜어져 나왔다! 쇄골과 가까운 위치라 혈관을 찌른 건 아닐까 싶어 건장한 남자는 곧바로 칼을 거두었다! 유소정을 실컷 가지고 놀라는 일만 맡았지, 죽이려고 하진 않았다. 유소정은 순간 나이프의 각도를 바꿔 건장한 남자의 다리를 향해 찔렀다. 고동맥에 찔려 피가 뿜어나오자, 건장한 남자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빌어먹을 X!" 윤소정은 몸을 밖으로 굴러 창문 앞에 올라섰다. 이곳은 2층이었으나, 여씨 가문 저택의 1층은 텅 빈 구조라 1층이라고 해도 높이가 5미터였으며, 창문에서 바닥까지의 거리는 최소 일반 건물의 3, 4층 정도였다. "빌어먹을, 누굴 겁먹게 하려고? 아직도 네 그 잘난 여 대표님을 위해 이러는 거야? 넌 여씨 가문에서 기르는 개보다도 못해, 죽어도 묻어줄 사람조차..." 건장한 남자는 마치 유소정이 별장에 들이닥친 도둑인 것처럼 겁 없이 욕을 퍼부었다. 유소정을 구해줄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3년의 결혼 생활 동안, 유소정은 그렇게 존재조차 지워졌다. 고용인들이 여씨 어르신에게 유소정과 여민석의 '결혼 생활'을 보고한 탓에 몇 개월 전부터 아주머니들과 경호원은 해고되었고, 여민석은... 유소정은 마지막으로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유소정은 여민석에게 문자를 보냈다. '진짜야, 집에 강도가 쳐들어왔어!' 그러나 여민석의 답장은 이랬다. '그만해, 짜증 나니까.' 그렇게 여민석은 답장을 남겼고, 유소정은 두 눈을 꼭 감았다. "아니, 진짜 뛰어내렸어?! 피, 피 좀 봐!" "형님은 고동맥을 다쳤어, 더이상 이러면 안 돼." "피를 저렇게 많이 흘렸으니 죽었을 거야." ... 그렇게 말소리는 점점 희미해졌고, 임신 결과지는 피에 물들여진 채 유소정은 혼수 상태에 빠졌다. 우리 아가... 미안해... 눈을 뜨자, 앞이 온통 하얬다. 유소정은 손에 링거를 꽂고 있었다. "미오야, 괜찮아?" 안청하는 눈을 뜬 유소정을 보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오늘 약재 찾으러 너한테 가려다가 연락이 안 돼서 찾아갔더니..." 안청하와 유소정은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냈으며, 이 세상에서 할머니를 빼면 유일한 가족 같은 존재였다. 안청하는 떨리는 목소리로 별장에서 피투성이가 된 유소정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장면만 생각하면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다행히도 상처가 깊지 않고 발에 뼈가 금이 갔대. 하지만 아이는... 요 몇 년간 여씨 가문에서 아이를 가지라고 그렇게 달달 볶았는데..." "그 아이는... 이 세상에 오지 말았어야 할 운명이었나 봐." 유소정은 멍한 눈빛으로 말했다. 극심한 고통에 빠지니 오히려 무뎌진 것 같았다. 이렇게 죽다 살아났지만, 여민석은 여전히 문자 전화 한 통도 없었다. "여민석 그 개자식, 아직도 전화를 안 받아? 멀쩡하게 돌아다니기만 해봐, 내가 아주 그냥..." 안청하는 유소정 얼굴의 맞은 자국을 어루만지며 분노했다. 바로 그때, 병실의 텔레비전에서 뉴스가 나왔다. 화면에는 익숙한 그 모습, 여민석의 얼굴이 비쳤다. 여민석은 공주처럼 우아한 여자 옆에 서 있었다. 동화 속의 공주와 왕자처럼 눈부시게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은 마치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는 듯 빛이 났다. 앵커는 안타까우면서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진행했다. 재벌가 아가씨 백은서가 협박 편지를 받아 여씨 가문 대표님 여민석이 곁에서 지켜주었다는 뉴스였다. 백은서, 의사 집안 백성그룹의 아가씨이자 의학계의 천재 소녀, 여민석과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친구였다! 앵커는 과장된 표정으로 백은서의 정체를 소개했다. 따라붙은 수식어가 너무 눈부셔 백은서는 존재 자체가 모두의 로망이었다. 또한 여민석이 유일하게 공개적으로 인정한 여자라, 해외에 3년간 유학을 다녀왔어도 사람들은 둘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생각한다. 백은서는 얼마 전 명예를 한가득 안고 서울에 돌아왔으며, 국내외에서 의학계의 유망주로 떠받들리고 있었다! 이러한 명성에 백은서에 대한 관심과 팔로워는 심지어 유명 연예인보다도 앞섰다. 높은 관심 탓인지, 백은서는 서울에 돌아오자마자 협박 편지를 받았다. 백은서는 당연히 깜짝 놀라 눈물범벅이 되었고, 여민석이 옆에서 지켜주는 모습은 자연스레 파파라치에 찍히게 되었다. 하지만 사진을 보면 몰래 촬영한 파파라치보다는 로맨스 드리마 같았다. 웅장한 별장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백은서와 그녀를 품에 안은 여민석. 190cm가 넘는 키에 완벽한 수트핏은 여민석을 더욱 우아하고 품위있게 비추었으며 날카로운 턱선은 베일 것만 같았으나, 눈빛에는 다정함이 가득했다. 이게 소녀들의 로망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블랙 마이바흐 앞에서, 여민석은 백은서를 품에 안은 채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백은서를 보는 여민석은 마치 어떤 폭풍우 속에서라도 자신의 공주를 지키겠다는 결심을 한 기사 같았다. 성안병원의 복도에서, 여민석은 백은서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며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앵커는 백은서 본인은 심리적 치료까지 필요 없다고 하지만, 여민석은 백은서에게 가장 유명한 심리치료사에게 진료받게 해주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해 낸 협박 편지는 다름이 아닌, 임신한 토끼의 배에서 새끼 토끼를 산 채로 떼어낸 '소름 끼치는' 사진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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