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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장

“며늘아, 너도 그만 서 있고 다들 앉거라. 괜히 내가 너희들 모자를 괴롭힌다 하지 말고.” 어르신은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그의 옆에 서 있던 곽미정은 곧바로 아부하듯 웃으며 말했다. “아버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전 진심으로 아버님을 모시고 보살피고 싶은 거예요. 이 집안에 아버님이 계시니 무슨 일이 닥쳐도 전혀 두려울 게 없어요.” 어르신에게 아부를 하던 곽미정은 여민석이 어르신에게 맞서지 말라고 여민석에게 눈짓을 햇다. “난 딱 한 가지 요구뿐이다. 너희 둘 관계 공개하는 것이야.” 어르신은 엄숙한 눈빛으로 천천히 그들 부부를 쳐다봤다. 분명 부부인데도 두 사람은 사이에 몇몇이나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떨어져 있었다. 두 사람 지금 모습을 보면 설령 공개를 한다고 해도 진짜 부부라고 믿을 사람이 업어 보였다. 유소정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어르신을 쳐다봤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자 그녀가 입을 열었다. “할어버지, 그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 “소정아, 너와 민석이의 혼인은 언젠간 공개를 해야 해. 뭐가 걱정인 것이냐?” 어르신은 유소정의 생각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른 여자라면 아마 진작에 사람들에게 자신이 여씨 가문의 사모님이라고 밝히지 못해 안달이었을 것이다. 유소정은 여민석을 흘깃 쳐다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전 민석이의 대리 회장 자리를 걱정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 인터넷에는 온통 백은서 씨와 민석이의 스캔들 얘기로 가득한데 저희 두 사람의 혼인 사실을 공개한다면 주주들은 아마 더 실망할 거예요.” 그렇게 된다면 여민석이 불륜을 저질렀다고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데다 부끄러움도 모르고 사방에서 자랑을 한 꼴이 되었다. 거기에 사생아라는 여민석의 신분까지 더해져 그때가 되면 여민석은 LS의 회장 자리는 꿈도 꿀 수 없게 된다. “할아버지, 사실 저와 민석이는….” 유소정은 이 기회에 이혼 얘기를 꺼내고 싶었지만 노쇠한 어르신의 모습을 보자 그 말이 도무지 나오지가 않았다. 어르신은 자애로운 눈빛으로 유소정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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