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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장

형준은 허리를 굽혀 할아버지의 귀에 대고 몇 마디 속삭였다. 할아버지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백은서에 대해 아직 단념하지 않은 것 같구나. 그럼 만족하게 해줘야지, 마음대로 기부할 수 있도록 해, 다만 모두 소정의 이름으로 써놔.” "괸, 괜찮을까요?” 형준은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며 말했다. "뭐가 문제야? 소정이는 인품도 좋은 데다 의술도 대단하니, 더 많은 사람에게 소정이의 이름을 알려야 해.” "좋아요, 그럼, 지금 사람을 보내 기부하라 하겠습니다.” 형준 아저씨도 유소정을 진심으로 좋아했다. 부잣집 딸이 아닌 이 아이의 시집살이는 쉽지 않았다. 형준 아저씨는 자기 아내가 여 씨 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내막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사실을 회장님은 모를 것이다. 유소정은 여민석의 조수석에 조마조마하게 앉아 있었고 밀폐된 차 안의 분위기는 불편할 정도로 무거웠다. "은서의 스포트라이트를 뺏으니까 좋아? 정말 자신이 사모님이라도 되는 줄 아나 봐?” 적막한 차 안에서 여민석이 반문하는하는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 유소정은 차창 밖을 뚫어져라 보다가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고 여민석을 보며 되물었다. "내 탓이야? 여민석, 이건 네 어머니 탓이야. 백은서가 전공하는 의학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백은서를 위해 몇 번이나 밑밥을 깔아준 게 왜 내 잘못이야?” “입만 살아서!” 여민석은 곁눈질로질로 그녀를 흘겨보았다. 유소정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온몸을 힘을 주었고 양손은 손톱이 살에 들어갈 정도로 주먹 쥐었다. 역시나, 그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녀만 나무랐다. 여민석은 그녀가녀가 계속 변명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침묵이 흘러 약간 적응이 되지 않았다. 여민석은 맥락 없이 마른기침하며 말했다. “할아버지가 너의 명의로 4억을 기부하셨어...” "나중에 돈 벌면 갚을게.” 유소정은 그의 말을 이어나갔다. 여민석은 고집을 피우는 유소정을 보며 말했다. "갚아? 뭐로 갚을 거야? 외간 남자들에게 빌릴 거야? 아니면 몸이라도 팔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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