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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서명한 이혼 합의서를 받은 날, 마침내 박시원의 얼굴에 해탈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한 달만 기다리면 이혼의 냉정 기간이 끝나고 앞으로 남은 삶 동안 그는 송수아와 더는 관계가 없을 것이다. 일주일 뒤, 송씨 가문 저택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가족 잔치라 장손녀 남편인 박시원이 꼭 참석해야 했다. 박시원은 가고 싶지 않았다. 그는 곧 송수아와 이혼할 것이니 자주 보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송씨 가문이 몇 년 동안 자신을 지원한 것이 생각나서 결국 참석하기로 했다. 송씨 가문 저택. 연회장 안은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천장에는 정교한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걸려 있어 눈부시게 빛났다. 유리잔을 든 선남선녀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인사를 나누며 웃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하얀 정장을 차려입은 박시원은 지나가는 친척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마지막에 위층으로 가 다른 연회장에 있는 송수아의 할아버지와 부모님에게 인사를 건넸다. 모든 과정이 마친 박시원의 얼굴은 억지웃음으로 굳어질 것만 같았다. 정식 만찬 전에 본관을 돌아 별관으로 내려가 휴식을 취하려는데 뒤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박시원.” 돌아보니 불빛을 등지고 있는 송수아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서 있었다. “박시원, 넌 이제 세 살짜리 아이가 아니야.” “며칠 동안 집에도 안 가고, 문자에 답장도 안 하고, 전화도 안 받으면 어떻게 해? 집을 나간 지 며칠이 지났는데 외부에 알려지면 사람들이 우리 송씨 가문을 어떻게 보겠어? 오늘 반드시 집으로 돌아가야 해.” 송수아의 말투는 마치 한창 투정 부리고 있는 아이를 가르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줄곧 정서가 안정되어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침착하게 타이르고 있었다. 구구절절 가르치고 있었고, 구구절절 감정을 언급하지 않았다. 아마 그녀는 자신에게 감정이 없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했다. 겉으로는 타이르지만 뱉는 말마다 경고의 의미가 담겨있었는데 긴 속눈썹이 그의 두 눈에 떠오른 아이러니함과 암울함을 가렸다. 그들은 이혼 합의서에 서명했지만 그녀는 아직 모른다. 이제 그들은 가족이 아닌 지 오래다. 박시원이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그녀는 막 달려온 집사에게 불려갔다. 그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지금 별관으로 돌아가서 쉬려고 해도 늦었으니 연못가에 가서 기분 전환이라도 하려 했지만 연못가에 도착하자마자 누군가 한 손으로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박시원.” 눈을 들어 보니 허민준이 눈살을 찌푸리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눈에는 경고가 가득했다. “더는 매달리지 않기로 했잖아. 그런데 왜 또 나타났어? 당신 같은 사람이 송수아 남편 자리를 쉽게 포기하지 못할 줄 알았어!” 박시원은 여전히 부드럽고 덤덤한 어투로 말했다. “이혼 합의까지 했는데 내가 어떻게 계속 매달릴 수 있겠어? 걱정하지 마.” 말을 마치자 그는 허민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돌아서서 떠나려 했다. 화가 난 허민준이 막 따라가려 할 때 갑자기 비명이 언덕에서 들려왔다. “빨리 비켜요.”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본 두 사람의 얼굴빛이 금세 하얗게 변했다. 롤러스케이트를 타던 두 아이가 곧장 두 사람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 보였다. “조심해!” 물소리가 두 번 나더니 두 사람은 그렇게 연못에 빠졌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연못의 물이 순식간에 사람을 덮쳤다. 박시원은 물을 무서워했는데 연못가로 헤엄치려고 시도할수록 손발이 더 혼란스러워졌고 이내 몸이 아래로 가라앉았다. 힘차게 물 위 헤엄치고 있는 그의 눈에 황급히 달려온 송수아가 기슭에서 뛰어내리는 것이 언뜻 보였지만 그는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 연못의 물을 연신 마시다 보니 머리가 점점 괴로워지고 호흡도 점점 어려워졌다. 곧 이미 물속으로 뛰어든 송수아는 주저하지 않고 허민준을 향해 헤엄쳐 갔다. 박시원은 의외라는 생각보다 자신이 좀 처량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언제 어디서나 그녀의 선택은 언제나 허민준이고 자신은 영원히 버림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귓가에 들리는 소리가 점점 약해지고 그의 손도 점점 힘이 없어지더니 결국 몸이 천천히 연못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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