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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장

강금희는 듣자마자 연신 손뼉을 쳤다. “고수, 진짜 고수야!” 신다정의 얼굴엔 담담한 웃음이 피어올랐다. 사실 일부러 서찬미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 그저 서찬미가 먼저 심술을 부린 것이니 그녀도 가만히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점심시간, 서찬미는 2층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다리가 불편해 내려갈 때 조금 힘들어 보였지만 거실에서 일하는 유씨 아주머니를 보니 마음속에서 우월감이 느껴졌다. “아주머니, 배고파요. 밥 해주세요.” 서찬미는 어젯밤 박시언의 품에 안겨있던 가냘픈 모습이 하나도 없었다. 말투는 거침없다. 서찬미를 본 유씨 아주머니는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졌다.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박시언이 데려온 서찬미라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점심은 열두 시에 식사를 시작하는 것으로 사모님이 규칙을 정했습니다.” 신다정 얘기만 나오면 서찬미는 가슴에 가시가 박히는 듯했다. “아주머니, 집안일 어떻게 하는 거예요? 배고프다고요. 못 들었어요?” 서찬미의 말투는 너무 예의가 없었다. 외모가 망가졌기 때문에 짜증이 좀 나 있었다. 유씨 아주머니는 불쾌했지만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박시언의 마음에 든 게 서찬미인 것을 어떡하겠는가? 유씨 아주머니가 순순히 말을 듣자 서찬미는 그제야 흐뭇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켰다. 학교 기숙사에는 텔레비전이 없다. 박씨 저택은 TV뿐만 아니라 게스트룸까지 최고의 침구류들로 장식이 되어 있었다. 서찬미는 어젯밤 박씨 저택에서 모처럼 편안한 잠을 잤다. 언젠가 안방에서 잠든다면 얼마나 편하겠느냐는 기대감도 들었다. 그때 문밖에서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심하게 들렸다. 서찬미는 불쾌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 “아주머니, 노크하는 거 못 들었어요? 왜 아직도 문 안 열어요?” 어린 계집애에게 이렇게 부려 먹히자 유씨 아주머니의 마음속 불만이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불만을 억누르고 문을 열었다. 문밖에 있는 사람을 본 유씨 아주머니는 깜짝 놀랐다. “어르신?” 칼처럼 날카로운 눈빛을 한 어르신은 집 안을 찬찬히 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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