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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3장 은예의 유언

진희원은 손끝으로 일기장 겉면을 쓰다듬었다. “특히 약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걸 좋아했죠. 일기장에 그런 말이 적혀 있더라고요. 여자아이면 당연히 귀여운 여자아이를 도와줘야 한다고요.” 진희원은 조은예의 말투를 따라 하면서 말했다. 문밖에서 많은 이들이 듣고 있었다. 이때 거실에는 오정윤의 갑작스러운 울음소리를 제외하면 다른 건 없었다. 조동현은 일기장을 펼친 뒤 테이블 위에 놓인 생수 한 병을 가져와서 울퉁불퉁한 흰 종이 위에 물을 몇 방울 떨구었다. 곧 종이 위에 그 말이 나타났다. 그 말은 옅은 보라색 잉크로 쓰여 있었다. [아빠. 저 오늘 인터넷에서 인터뷰를 하나 봤어요. 아빠가 국경에서 구해줬던 아이들은 자라서 오빠, 언니가 되었어요. 그들은 아빠를 잊지 않았어요. 아빠, 그 언니, 오빠들 진짜 대단해요. 어떤 사람들은 말을 탈 줄도 알고 활을 쏠 줄도 알아요!] [아빠. 아빠는 영원히 제 영웅이에요.] [아빠가 있어서 전 두렵지 않아요. 이번에 고등학교 입시 시험 끝나면 저 데리고 거기 가 줄 수 있어요? 저 로켓 발사하는 거 보고 싶어요. 그리고 말도 타고 싶어요.] [아빠, 저에게 오늘 일이 하나 있었어요. 사실 포기할까 했었어요.] [인터뷰에서 언니가 그런 말을 했어요. 예전에 그곳에서는 여자아이에게 공부를 시키지 않았다고요. 그런데 아빠가 그곳에 가고 교육도 보편화되기 시작했고, 그 언니는 지금 공군이 되었대요. 공군이라니, 정말 너무 멋져요!] [아빠, 전 절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책에서 그랬어요. 우리는 때로 다른 사람에게 구원받기도 하지만 스스로 자신을 구해야 할 때도 있다고요.] [아빠, 전 아빠랑 같이 엄마를 지킬 거예요. 그리고 그 언니처럼 제가 하고 싶은 걸 할래요. 그때가 되면...] 뒷말은 다 쓰지 못했다. 잉크가 다 떨어진 것 같았다. 거기까지 읽었을 때 오정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흐느끼기만 했다. 조동현은 그녀를 끌어안았다. 눈물이 흘러내리는 순간, 검은 안개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는 딸에게 아내를 잘 지킬 거라고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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