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감히 그녀의 의술을 의심해?
“그래, 아가씨, 일단 119에 신고하지 그래. 아이도 길을 잃은 것 같아. 아까 아무리 소리쳐도 아무도 오지 않았어.”
옆에 있던 할아버지도 문제라도 생겨 아가씨가 모든 책임을 다 지게 될까 봐 계속 타일렀다.
그러나 진희원은 재빠르게 남자아이의 옷을 벗기고 서늘한 곳을 찾으며 말했다.
“아저씨, 아주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저 의료 행위 허가증 있어요.”
말을 하며 그녀는 가방을 열어 접이식 작은 약상자를 꺼냈다. 약상자를 열자 크고 작은 은침과 수술칼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진희원은 다시 한번 남자아이의 맥을 짚었다.
“그만해요!”
그때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어떻게 당신 마음대로 환자한테 침을 놓을 수가 있어요?”
그의 말에 진희원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남자아이의 맥박과 심박수를 세었다.
그러자 흰 가운을 입은 남자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저는 서울대 의대생 장남준입니다. 저는 최지윤 선생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당신에게 의료 행위 허가증이 있다니 진짜인가요? 당신 나이가 어떻게 되죠?”
하지만 진희원은 아이의 치료에만 몰두했고 침을 꺼내 소독하기 시작했다.
“이봐요, 말하고 있잖아요!”
장남준은 누군가에게 무시당하는 게 처음이었다.
“할아버지도 아시는 119를 그쪽은 몰라요?”
그러자 진희원은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댄 채 싸늘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며 말했다.
“119만 기다리자고요? 골든 타임을 지체하고요? 당신 선생님이 그렇게 가르쳤어요?”
“제가 언제 119만 기다리자고 했어요?”
화가 난 장남준은 그녀를 얕보듯 대꾸했다.
“지금 골든 타임을 지체하는 건 당신이에요. 침까지 꺼내서 과시하지 말고 제가 환자한테 심폐소생술을 할 테니 당신 그 가짜 한의학이나 그만두세요.”
그의 말에 진희원은 더없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훑어봤다. 이렇게 예쁜 얼굴로 이런 눈빛을 쏘는 여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열사병인데 무슨 심폐소생술을 하겠다는 거죠?”
진희원은 남자아이의 손가락을 누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돌팔이 의사.”
그녀의 말에 장남준은 폭발하듯 소리쳤다.
“지금 누구더러 돌팔이 의사라는 거예요? 제 선생님이 누군지 알아요?”
그는 이제 막 최지윤과 외국에서 상을 받고 돌아오는 길인데 감히 그의 의술을 의심하다니, 장남준은 기가 막혔다!
“관심 없어요.”
진희원은 남자아이의 손가락을 누르고 단숨에 바늘을 꺼내 소독했다.
“비켜요.”
그녀의 말에 장남준의 두 눈이 시뻘게졌다.
“난 당신 같은 사기꾼 한의사랑은 달라요. 환자의 입술이 보라색이니 분명 심장 쪽 문제예요.”
“심근에 산소와 피가 부족하면 호흡 기능을 자극해 입술이 보라색이 되죠.”
진희원은 그와 눈을 맞추며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하지만 열사병도 마찬가지예요. 이 둘의 차이가 바로 환자의 맥박이 안정적이라는 거예요. 더군다나 입술이 건조해서 갈라진 것을 보면 분명 고온 환경에 오래 있었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의학적 특징도 관찰하지 않으면서 서울대 의대생이라고요?”
“맞아요, 먼저 의학적 특징을 봐야 해요. 저도 배웠어요.”
누군가 덧붙였다.
그러자 사람들이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서울대라고 해도 별거 아니네.”
“역시 아가씨가 믿음직해. 방금 맥을 짚는 모습이 프로 같았어.”
그러나 장남준은 이런 화를 참을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요. 열사병이라고 해도 당신 침으로 나을 수 있대요? 그럼 우리 의대생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당신은 당신일 뿐이지 의대생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진희원의 두 눈은 차가웠다.
“한 번 더 말할게요. 비켜요.”
그녀는 두 부류의 사람을 가장 싫어했다. 하나는 한의학을 전수받은 사람을 경멸하는 사람과 그녀가 사람을 구하는 것을 방해하는 돌팔이 의사였다.
“그래요, 비킬게요. 어디 얼마나 대단한지 볼게요.”
장남준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침 하나로 환자를 치료한다면 바로 무릎 꿇을게요!”
“기대할게요.”
진희원은 혈 자리를 찾으며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