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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4장 진경식이 남긴 신문

“중양대사에 관해 들어본 적이 있어요. 수도자는 다른 사람의 업보를 감당하는 걸 가장 꺼린다면서요.” 윤성훈이 말을 할 때 그의 숨결이 얼굴에 닿았다. “천도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된다던데. 요즘 나한테 기운을 비리지 않아서인지 다크써클도 심해졌네요.” 윤성훈은 덤덤히 말했다. “그냥 우연이라고 할 생각은 아니죠?” 진희원은 상대가 너무 많이 알고 있으면 좋을 점이 없다는 걸 느꼈다. 지금이 그랬다. 윤성훈을 속이기가 쉽지 않았다. “요즘 잘 쉬지 못했어요. 그래도 큰 문제는 없어요.” 진희원은 그렇게 말하면서 찔렸다. “공덕이 있어요.” 공덕은 언젠가 다 쓰게 된다. 일반인들은 잘 몰랐다. 그러나 이 세상에 아주 오랫동안 존재했던 윤성훈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더 간단한 방법이 있잖아요.” 윤성훈은 그렇게 말하면서 한 손으로 옷깃을 헤쳤다. 짙은 색의 와이셔츠 때문에 그의 목이 더욱 하얘 보였고 금욕적인 분위기도 물씬 풍겼다. 다른 여자였다면 그 모습을 보고 얼굴을 붉히거나 설렜을 것이다. 아름다운 광경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진희원에게는 그의 목에 언뜻언뜻 보이는 핏줄만 보였다. 순간 저도 모르게 목이 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진희원은 어렴풋이 다시 그의 법상이 보였다. 엄청난 업장 외에 금빛들이 보였다. 그리고 이루 형언할 수 없는 향기가 느껴졌다. 윤성훈은 마치 온몸으로 맛있는 향기를 뿜어대는 것 같았다. 진희원은 주먹을 꽉 쥐었다. 결국 그녀는 유혹을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윤성훈의 멱살을 잡았다. 그녀의 눈빛은 아주 어두웠고, 입술에서 익숙한 맛이 느껴짐과 동시에 코끝에 그의 기운이 맴돌았다. 진희원은 힘 조절을 잘하지 못해서 조금 세게 물었다. “흡.” 윤성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지만 화를 내기는커녕 그녀의 허리를 잡은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금욕적인 얼굴을 한 그는 긴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어서 아주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는 영원히 주도자였지만 그저 깊이 빠졌을 뿐이다. 멀리 있던 까마귀마저 그의 눈빛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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