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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4장 속죄

여재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 비록 웃고 있었지만 차라리 우는 것이 나을 듯싶은 미소였다. “희원 누나, 정말 너무 우습지 않나요? 전 클럽도 다니고 스포츠카를 타고 경주도 했지만 단 한 번도 저희 조상님이 매국노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진희원은 여재준의 진솔하며 정의감 넘치는 성격을 알고 있었다. 슈퍼맨을 좋아해서 스포츠카 안에 슈퍼맨의 인형을 놓는 여재준은 누구보다도 이 땅을, 이 나라를 사랑했다. 진희원은 위로를 잘 못했기에 잠깐 고민하다가 한마디 했다. “재준 씨는 체질이 특별해서 그런 것들의 영향을 받지 않아요. 재준 씨 조상님이 무슨 짓을 했든 재준 씨가 좋은 사람이라는 건 변하지 않아요.” 여재준은 심경이 복잡했다. 이런 일은 알아봤자 괴로워질 뿐이었다. 하지만 몰랐다면, 여재준은 아마 평생 거짓 속에서 살았을 것이다. 그는 여씨 일가에 관한 일을 단 한 번도 다른 이들에게 얘기한 적이 없었다. 매번 본가로 돌아갈 때마다 여재준은 음산하며 쇠퇴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지금 진도가 좀 느려서요.” 진희원은 시선을 들었다. “그래서 여재준 씨를 미끼로 쓰고 싶은데.” 여재준은 흠칫했다. “저를 미끼로 쓴다고요?” “네. 그 사람은 지금 다른 사람의 몸 안에 있어요. 하지만 남의 몸을 차지하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죠. 다른 사람의 몸을 차지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업보를 감당해야 해요. 처음에 재준 씨 증조할아버지 몸을 차지했을 때, 그 사람은 이미 크게 다쳤을 거예요. 그리고 저승 쪽에서도 뭔가를 느꼈을 거고요. 사람이 죽었는데 영혼이 사라졌다는 건 금기거든요.” “그 사람이 가장 욕심내는 건 여재준 씨 몸이에요.” “재준 씨는 아직 젊은 데다가 특별한 체질을 타고났으니까요.” 진희원은 거기까지 말한 뒤 잠깐 멈추었다. “그 외에도 일부 잔여 관계가 있어요. 난 재준 씨가 기억을 떠올렸으면 해요. 재준 씨 할아버지 말이에요. 포항의 어떤 가문과 가까이 지냈었나요?” “잠깐 생각해 볼게요.” 여재준은 오늘 너무 많은 정보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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