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장 김씨 가문은 보물을 몰라본다
“저는 그 사람들이 진찰받으러 온 줄 알았어요.”
하주만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진희원은 더는 생각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주문 거절 메시지를 보냈다. 요즘 아파트에 그녀에게 진찰받으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녀의 친부모가 청주시에 있긴 하지만 다른 곳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꽤 있었기에 하주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게 이상할 게 없었다.
“하 과장님, 어르신들이 기다리고 계시니까 저희 돌아가요.”
“그래요.”
하주만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사람은 말하지 않았고 다른 한 사람은 묻지 않았기에 이렇게 오해가 생겨버렸다.
자이 아파트 밖, 진씨 가문 사람들은 아주 다급한 모습이었고 그중 몇몇 도련님은 처리할 일이 있어 먼저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진상철은 고급 승용차에 앉아 좋지 않은 낯빛으로 말했다.
“영이가 여기에 산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왜 여기 사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이 없다고 하는 거야?”
“제, 제가 좀 더 조사를 해보겠습니다!”
통통한 이호철은 식은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청주시 사람들 말로는 김씨 가문이 영이 아가씨를 잘못 데려갔다고 합니다.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 중입니다. 영이 아가씨는 아마 아직 김씨 가문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의 말에 진상철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위엄 넘치는 분위기를 풍겼다.
“사람을 보내?”
“제가 직접 가보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
이호철은 놀라서 벌벌 떨며 바로 차에서 내렸고 화가 난 진상철은 기침을 몇 번 했다.
요 몇 년 동안 진상철은 너무 그의 손녀를 그리워한 탓에 건강이 계속 좋지 않았고 게다가 청주시까지 다녀와서 폐가 감염되었다.
그때 동행한 의사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회장님,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습니다. 지금 바로 입원하셔야 합니다. 경주로 돌아가시는 게 싫으시다면 일단 서울에서 치료받으셔도 괜찮습니다. 자이 아파트는 이 부장이 지키고 있으니 분명 영이 아가씨와 관련된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처음에 진상철은 동의하지 않았고 열이 나기 시작하자 진씨 가문의 운전기사는 두말없이 자이 아파트를 떠났다!
차 안의 사람들은 바로 이때 자전거를 탄 소녀가 그들의 곁을 스쳐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희원아, 드디어 왔구나!”
아파트 입구 앞에서 과일 장사를 하는 장씨 아주머니가 진희원이 자전거를 잠그는 것을 보고 제일 먼저 다가왔다.
“주만이가 말했어? 수상한 사람들이 널 찾고 있어.”
밖에서는 누군가의 상사인 하 과장이 아파트 내에서는 주만이로 불리는 것을 보아 장씨 아주머니의 신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진희원은 신경 쓰지 않고 손을 들어 장씨 아주머니의 맥을 짚었고 웃으며 말했다.
“그것 때문에 하 과장님이 저를 찾아오셨던 거군요. 스쿠터를 타고 오셨더라고요.”
“역시 그 사람이 일 처리를 잘한다니까.”
장씨 아주머니는 뿌듯한 듯 하주만에게 칭찬의 눈빛을 보냈고 모처럼 듣는 높으신 분의 칭찬에 감격스러운 얼굴로 진희원을 쳐다봤다.
“장씨 아주머니 말씀이 맞아요. 다 제가 해야 할 일이죠. 진 선생님,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를 찾아오세요.”
그의 말에 진희원은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
“그럼 하 과장님만 믿을게요.”
이웃 사이에 서로 돕고 지내면 사이가 더욱 각별해지는 법이다.
만약 진희원이 그에게 인사치레로 말했더라면 하주만은 아마 그저 높으신 분들의 체면을 봐서 그녀를 챙겨줬을 것이다.
하지만 진희원은 대범하고 서로 교류하며 지내면서 높으신 분들 앞에서도 자꾸 그의 칭찬을 했다.
처음부터 하주만은 진희원이 나중에 크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고 지금은 더더욱 감탄했다. 요즘에 진희원처럼 이렇게 일 처리를 잘하는 젊은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방금 호텔에서의 그 남자는 진희원을 싫어하는 모습이었는데 정말 보물을 알아볼 줄 모르는 사람이다!
……
“에취!”
KS 호텔, 통화 중이던 김성한이 재채기를 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라고? 청주시에서 누가 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