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6장 된통 당하다
진희원은 경주에서의 70년 된 뿌리를 뽑을 생각이었다.
“큰할아버지는 할아버지의 목숨을 한 번 구해준 걸로 평생 근심, 걱정 없이 살았죠.”
진희원은 진원의 시선을 마주했다.
“진씨 일가가 진심으로 대하지 않았다면 당시 돈을 쥐여주고 내쫓았겠죠.”
“그때 밥 한 끼 먹기 힘들었던 거지들은 어디에나 있었으니 말이에요.”
“그건 어르신께서 그런 시기에 아이가 구걸하면서 사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 큰할아버지를 양자로 삼은 거였어요.”
“그동안 할아버지는 단 한 번도 큰할아버지가 양자라는 걸 대외적으로 밝힌 적이 없어요. 그리고 큰할아버지를 진짜 친형처럼 대했죠.”
진희원은 덤덤한 눈빛으로 말했다.
“진씨 일가는 큰할아버지에게 못 해준 게 없어요. 오히려 큰할아버지를 항상 감싸고 돌았죠. 그런데도 큰할아버지는 진씨 일가가 못 해줬다고 하네요.”
“큰할아버지를 보니 제가 자주 듣던 말이 떠오르네요.”
진희원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눈빛으로 말했다.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고.”
“너!”
진원은 오랫동안 살았지만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 이런 얘기를 듣는 건 처음이었다.
그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손까지 덜덜 떨렸다. 그의 얼굴 위로 살기가 드러났다. 진희원을 살려둬서는 안 됐다.
당시 서울로 가서 그녀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직접 확인해야 했다.
그래야 지금처럼 그에게 맞서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정말 말을 잘하네.”
진원은 더 이상 자애로운 척하지 않았다.
“네가 이럴 줄은 몰랐다. 오늘 네 본모습을 아주 제대로 봤어. 네가 이렇게 사실을 왜곡할 줄은 몰랐다.”
진원은 의논이 분분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난 단 한 번도 아버지의 가르침을 부정한 적이 없다. 만약 아버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테니까. 아버지는 내 은인이 맞지만 진씨 일가는 아니야.”
진희원은 웃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분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큰할아버지도 없었다는 걸 인정했네요.”
진희원의 말에는 의도가 다분했다.
진원은 그녀가 어쩌지 못할 거로 생각했다.
그는 진희원이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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